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4분기 성장률이 높아 가까스로 2%대 경제성장률을 지켜냈지만,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급락한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성장률은 1.9%였으나, 4분기에 비교적 큰 폭의 성장을 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 4분기엔 수출이 전기보다 0.1% 줄었으나, 정부소비가 2.6%, 건설투자가 6.3%, 설비투자는 1.5%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1.2% 성장 가운데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1.0%포인트에 이르렀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0%는 한은이 추계한 잠재성장률(2.5~2.6%)에 한참 못 미친다.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에 두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큰 폭으로 떨어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다만 경제분석가들은 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치는 조짐이 뚜렷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인한 수출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지난해 설비투자는 8.1%나 감소했다. 2018년 2.4% 감소에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반도체 경기가 나빴던 것도 수출과 설비투자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분쟁으로 우리 수출이 줄어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추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를 줄여 성장률을 추가로 0.2%포인트 떨어뜨렸다는 한은의 분석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경제팀이 이끈 건설경기 부양책의 후유증으로 건설투자도 2년 연속 감소하며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2018년 4.3%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3% 줄었다. 지난해 건설업 생산액으로 보면 2조8천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2018년 국내총생산액의 0.16%에 해당한다. 그만큼 성장률을 깎아먹은 셈이다. 민간소비는 1.9% 증가해, 2%인 성장률과 큰 차이는 없었다.
성장률을 떠받치는 데는 정부의 재정이 큰 구실을 했다. 정부 최종소비지출은 지난해 6.5% 늘었다. 2017년 3.9%, 2018년 5.6%보다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 2.0% 성장률 가운데 정부 부문의 기여도는 1.5%포인트(민간 부문 0.5%포인트)에 이른다. 그 가운데 1.1%포인트는 정부 소비가 기여했다.
특히 4분기엔 전년동기 대비 2.2% 성장 가운데 민간 부문은 0.4%포인트에 그쳤고, 정부 부문이 1.9%포인트에 이르렀다. 사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를 제외하고 2, 3, 4분기에는 정부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총생산 통계를 보면 정부가 상당한 구실을 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며 “경기가 좋을 때 정부가 너무 나서면 구축효과가 생길 수 있지만 나쁠 때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올해 민간 부문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출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는 것 같다. 완만한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전망하는 한은이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지난해 성장률 2.0%에 견줘보면 0.3%포인트 높을 뿐이다. 지표상 회복은 해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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