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을 향해 ‘왜 쉬지 않고 계속 출근했냐’는 투의 댓글도 보였다. 상담사의 정확한 개인사정을 알 순 없지만, 짐작은 됐다.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자각하거나 먼저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2월 말에 인후통이 있었다면서 왜 진작 검사를 안 받은 거야?”
최근 구로 콜센터 상담사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봤다. 기사는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이 2월 말부터 이미 인후통 증상을 느껴왔다는 내용이었다. ‘왜 쉬지 않고 계속 출근했냐’는 투의 댓글도 보였다. 상담사의 정확한 개인사정을 알 순 없지만, 짐작은 됐다.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자각하거나 먼저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2018년 <한겨레> 창간 30돌 기획 ‘노동orz’(▶바로가기) 취재를 위해 한달 동안 홈쇼핑 콜센터에 취직해 상담사로 일한 적이 있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30여일 동안 늘 모래가 낀 것처럼 목이 따가웠고 아팠다.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건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전화를 받아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관리를 맡은 매니저는 “이석하지 말고 최대한 콜을 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고, 팀장은 매 시간 팀원들의 콜 수를 집계해서 단체방에 올렸다. 화장실에 오고 가는 것도 팀 단체방에 ‘화출(화장실로 출발)’, ‘화착(화장실 다녀와 도착)’이라고 보고를 해야 했다. 목이 아파도 화장실을 핑계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화출’ ‘화착’ 보고하는 게 싫었던 동료 상담사들은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
아플 경우 하루 쉴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쉬기 쉽지 않은 게 바로 콜센터다. 콜센터의 임금 구조는 최저임금 수준인 기본급에 콜 수를 바탕으로 매겨진 성과급으로 구성돼 있다. 한달간 전화를 최대한 많이 받아야 단 5만원이라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자녀를 둔 40대 이상 여성이었다. 자녀의 학원비, 반찬값 등을 벌러 온 이들에게 ‘5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콜센터는 중년 여성이 비교적 빠르게 취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상담사들은 성과급을 최대한 받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늘 ‘허리가 아프다’ ‘어깨가 결린다’ ‘고객에게 험한 말을 들었다’라며 끙끙거리면서도 단 한 번 결근하지 않았다.
구로 콜센터 집단 확진으로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대기업들은 콜센터 근무 행태를 재택근무로 확대했고, 방역 당국은 콜센터 같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런 조처들이 감염병 사태에서 병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이곳에서 일해야 하는 상담사들에게 이번 조처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파도 잠시 쉬겠다고 말할 수 없는 근무환경, 성과급이란 미끼로 상담사를 옥죄는 근무환경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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