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 충격이 애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세계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 이른바 브이(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더디게 회복하는) 유(U)자, 더 나아가 (경기 바닥이 길어지는) 엘(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번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물적 이동이 제한되고 세계 공급망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수요도 위축되는 등 실물경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과거 감염병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활동·경제심리 위축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세차례 대책에 이어, 필요하면 새로운 4차, 5차 대응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코로나19 관련 당정청 회의를 열어 세금·대출상환 유예 방안 등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김 차관은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도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갖고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처도 필요하면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본다. 전문가들은 지난 1월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경제 충격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태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와 달리 실물경제가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에 회복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며, 실물경제의 유동성 위기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민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직접 대출하거나 채권 매입 등으로 시장에 돈을 투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소비 진작 대책도 하반기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가 당장 소상공인에게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라며 “내수 부진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확산돼 수출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조속히 정책자금을 풀어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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