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20억 소요 ‘차세대 방역연구’에 KT 주도 컨소시엄 선정
감염병 예방에 AI 빅데이터 예측모델링…ICT 역할 중요성반영
감염병 예방에 AI 빅데이터 예측모델링…ICT 역할 중요성반영
통신업체 케이티(KT)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과 손잡고 감염병 예방 연구에 뛰어든다. 케이티는 17일 게이츠재단의 투자를 받아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3년간 120억원이 소요되는 연구에 게이츠재단은 60억원을, 케이티가 나머지 60억원을 투입한다.
케이티는 연구를 위해 고려대의료원 김우주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신생기업인 모바일닥터, 블록체인 기업인 메디블록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고려대의료원은 독감 감시체계 운영과 병원체 유전자서열 분석을,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독감유입·유행 예측모델링을, 모바일닥터는 앱기반 독감 진단 데이터 분석을,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데이터 공유 플랫폼 개발을 맡는다.
케이티는 1차로 모바일닥터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독감 유사 증상을 스스로 입력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다. 앱은 사물인터넷 센서로 측정된 이용자 체온·독감증상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독감 가능성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의 일부다. 2차 과제는 통신 데이터를 이용한 인구이동 이력과 독감 유전체 검사정보, 유행지역을 분석해 확산 경로를 규명하는 연구다. 지역별 독감 발생추이 분석과 지역별 독감 시즌 예측모델 개발이 목표다.
케이티가 세계적 감염병 예방재단과 함께 방역 연구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케이티의 지속적 관심, 코로나19 방역에서 정보기술 활용의 중요성, 한국의 방역 사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케이티는 2018년 세계경제포럼 데이터혁신 워킹그룹 등에서 게이츠재단과 논의를 계속해왔으며, 게이츠재단은 한국의 효과적인 방역시스템, 모바일 앱을 통한 자가격리자 관리체계, 정보기술을 활용한 재택근무·온라인 개학 등을 높이 평가해 지원을 결정했다.
신종 전염병 조기 경보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이미 입증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곳도 인공지능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캐나다의 감염질환 예측 전문 신생기업 블루닷(BlueDot)은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을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와 세계보건기구의 질병 확산 경고에 앞선 경고였다. 블루닷은 인공지능으로 65개국의 뉴스를 비롯해 가축·동물 데이터, 모기 등 해충 현황, 국제 항공 이동 데이터 등을 수집해 질병 확산을 예측한다.
케이티의 변형균 상무(AI/BigData서비스담당)는 “모바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구 이동 패턴 데이터를 예측에 활용하는 게 기존 연구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블루닷 연구는 감염병 발생과 국가별 확산을 예측한 것이라면 케이티의 연구는 통신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과 예측 범위를 구체화하고 정교화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면, 대구에서 발병한 신종 전염병이 과천지역으로 확산되는 경로나 기간 등을 자세히 예측하게 해줄 수 있다. 성공적으로 연구가 이뤄지면 한 국가 안에서 도시별 확산 예측 모델이 가능해진다.
변 상무는 “게이츠재단이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독감 연구를 진행한 적은 있으나, 국제적으로 인구밀집 지역에서 국외 정보통신업체와 협력해 감염병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 케이티가 처음 사례”라고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KT AI/BigData서비스담당 변형균 상무(왼쪽 첫 번째)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혁신기술 솔루션 담당 이사 댄 와튼도프가 감염병 대응 연구를 위한 화상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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