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다툼 경제 영향은?
홍콩 관련 금융·서비스 피해 예상
미래기술 투자 ‘탈중국’ 이어지면
반도체·통신 등 되레 기회될 수도
업계 “불확실성이 최대 악재” 걱정
홍콩 관련 금융·서비스 피해 예상
미래기술 투자 ‘탈중국’ 이어지면
반도체·통신 등 되레 기회될 수도
업계 “불확실성이 최대 악재” 걱정
무역과 금융 등 경제 분야 전 영역이 미-중 패권 다툼의 최전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에 이어 중국을 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형성에 힘을 쏟으면서 한국 경제도 태풍의 한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두 나라의 갈등이 ‘반중국 연대’ 참여냐 아니냐의 기로에 선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더욱 심해지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두 나라를 합치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의 38.6%, 수입액의 33.6%를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국은 중국으로, 수출(1262억1300만달러)과 수입(1072억2000만달러) 모두 1위다. 그 뒤를 잇는 미국과의 교역 규모도 수출과 수입이 각각 733억4800만달러, 618억7200만달러에 이른다. 전체 무역수지만 놓고 보면 홍콩(310억3900만달러, 1위), 중국(289억9400만달러, 2위), 미국(114억7600만달러, 3위) 등 현재 첨예한 갈등의 현장 세 나라(지역)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계기가 된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험요소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은 “미-중 갈등 고조에 따라 국내 산업은 보복 대상이 되면 단기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근 사태는 홍콩과 관련된 것이라서 홍콩과 거래가 많은 금융산업, 서비스, 물류운송 분야에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두 나라의 갈등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종별로 구체적 영향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사드 사태에서 경험했듯, 중국 소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유통산업은 위험에 가장 노출된 업종으로 꼽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중국에서 사업을 조정하면서 동남아로 많이 확대해왔는데 기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쪽은 사업 진출보다 국내 사업인 면세점, 백화점의 주요 소비자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일부 업종에선 국내 기업의 전략적 지위가 외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책임자는 “트럼프 정부가 삼성 등에 대해 중국 기업에 반도체 공급 중단을 직접 요구하기보다는 삼성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자율적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탈중국’ 현상이 불가피한데 이는 기존에 중국에 투자한 시설을 철수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미래 기술이나 차세대 반도체 등 10년 뒤를 내다본 투자가 미국이나 베트남 등 중국이 아닌 지역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일단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고민은 깊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주요 7개국 회담 초청 등) 업계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밀착하는 모습은 손해이기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나마 균형을 유지해왔는데 회담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최고의 악재”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자꾸 언급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본권 송채경화 신민정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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