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설립 50돌 ... 변화·경쟁 심한 영역에서 지속적 선두
2016년 갤럭시노트 배터리 폭발사태로 ‘최대 위기’ 직면키도
최근엔 2차전지 주력…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시대 ‘베팅’
2016년 갤럭시노트 배터리 폭발사태로 ‘최대 위기’ 직면키도
최근엔 2차전지 주력…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시대 ‘베팅’
한-일 합작 진공관 브라운관 제조기업에서 PDP-LCD-OLED로 변모한 평판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리튬이온 전지 사업에서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 개발기업으로.
1일 창립 50돌을 맞은 삼성SDI의 제품 목록은 전자산업의 부단한 변신과정과 능동적으로 변화에 적응해온 기업의 진화 모습을 보여준다. 가전제품이나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전자제품은 기술발전에도 기본적인 제품 형태(폼 팩터)에 변화가 크지 않지만, 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 TV가 벽걸이 TV로 변신한 것에서 보듯 제품의 외형 변화가 확연한 영역이다. 또한 평판 디스플레이에서도 플라즈마 표시장치(PDP)-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이어지는 기술 추이는 제품 생산방식과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리는 터라, 한 기업이 선두를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다.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기업이 지배했던 고급 TV 시절은 ‘옛날얘기’이고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LCD 패널도 중국 추격에 밀려 국내 기업들이 속속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이유다.
삼성SDI의 50년은 부침이 극심한 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과감하고 부단한 변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며 생존해온 기업의 성장사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모체는 1970년 1월 일본NEC와 합작으로 설립된 진공관·브라운관 생산업체 ‘삼성-NEC’다. 1974년엔 일본 자본으로부터 독자 영업권을 확보해, 삼성전관공업주식회사(삼성전관)로 사명을 바꿨다. 삼성전관은 1980년대 컬러 브라운관을 연간 1000만대 생산하며 세계 브라운관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그 덕택에 삼성전자 TV가 일본과 유럽, 미국 등의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위의 TV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당시 삼성전관이 컬러브라운관을 삼성전자에 납품한 비중은 전체 생산 물량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일본 파나소닉 등 삼성전자의 경쟁사에 팔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당대 삼성전관의 브라운관 품질 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1994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중복 사업 조정에 따라 배터리 사업도 담당하게 됐으며, 1999년엔 이름을 삼성SDI로 변경했다. 브라운관을 뜻하는 ‘삼성전관’에서 디스플레이·디지털·인터넷 등 개념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삼성SDI는 2010년부터 디스플레이 부문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겨주고, 현재는 2차전지와 전자재료, 소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삼성SDI는 나중에 뛰어든 배터리 부문에서도 성장을 이어갔다. 1998년 세계 최고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이어 2010년 소형 배터리 시장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했다.
2016년엔 갤럭시노트 배터리 폭발 사태가 발생해 주문 중단과 반품뿐 아니라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2017년 초엔 스마트폰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텐진공장 화재도 발생했다. 이후 삼성SDI는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서며 사업 구조도 전기차와 중대형 배터리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4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5위(점유율 5.6%)다. 엘지화학, 중국 CATL, 파나소닉이 선두권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소재로 만남을 가져 주목받은 바 있다.
삼성SDI는 설립 50돌을 맞은 1일 기흥사업장에서 전영현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전영현 사장은 “초격차 기술 중심의 새로운 50년을 만들어 나가자”며 △초격차 기술 확보 △일류 조직문화 △사회적 책임 제고 등 3가지를 새로운 50년을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전 사장은 “초격차 기술 회사로 발돋움하려면 조직 문화도 일류가 돼야 한다”며 “준법경영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사진 삼성SDI 제공
1975년 1월 삼성전관의 개선된 브라운관을 채택한 삼성전자의 TV광고.
1일 삼성SDI 전영현 사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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