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비통신 매출 지속증가 35.7% 달해
미디어·보안·상거래 3축넘어 인공지능·의료 신성장 탐색
KT, 6년새 2배 늘어 20.5%…IPTV, 데이터센터·AI원팀 집중
‘점유율 경쟁’ 넘어 ‘사회문제 해결형’ 기업 변신 시도중
미디어·보안·상거래 3축넘어 인공지능·의료 신성장 탐색
KT, 6년새 2배 늘어 20.5%…IPTV, 데이터센터·AI원팀 집중
‘점유율 경쟁’ 넘어 ‘사회문제 해결형’ 기업 변신 시도중
통신기업들이 ‘탈통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필수 통신서비스를 통한 안정적 수익에 의존해온 기업들이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과를 내며 변신중이다. 이에 스마트폰 이후에도 유지되어온 가입자 빼앗기 위주의 업계 경쟁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통신기업들의 ‘탈통신’ 시도는 ‘사회문제 해결’로도 변주하고 있다.
8일 <한겨레>가 통신 3사의 최근 5년간(2015~2019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비통신 부문 매출이 꾸준히 늘고 그 비중도 커지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비통신 부문 매출은 2015년 4조5800억원으로 전체 매출(17조1370억원)의 26.7%였는데, 지난 5년간 해마다 늘어 2019년엔 6조3275억원으로 전체 매출(17조7437억원)의 35.7%였다. 통신 부문 매출이 큰 폭 감소했지만, 비통신 매출이 메워 전체 매출액은 17조원대를 유지했다. 케이티(KT)의 비통신 매출은 2014년 1조482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2%였는데, 5년 뒤인 2019년엔 2조9581억원, 매출 비중은 20.5%였다. 5년 새 총액과 비중이 모두 두배씩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14조원대로 변화가 작았다. 다만 엘지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기업부문)은 2014년 1조8240억에서 2019년 1조982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 모두 비통신 매출과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내용은 사뭇 다르다. 케이티의 비통신 매출은 유무선 네트워크에 기반한 서비스인 미디어(스카이라이프등 유료방송)와 기업 부문(데이터센터, 클라우드)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아이피티브이(IPTV) 등 미디어 서비스는 월이용료 외에도 광고, 주문형비디오(VOD), 홈쇼핑 등 부가가치가 높아 매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 부문 1위 사업자로 규모의 효과가 나타나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케이텔레콤은 비통신 매출을 ‘신사업’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의 신사업은 미디어(SK브로드밴드, 웨이브), 보안(ADT캡스, SK인포섹), 상거래(11번가, SK스토아)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공지능과 의료 영역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은 통신 매출 감소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신사업 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뒤 상장시켜 기업 미래가치를 키우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기업 대표가 인공지능과 탈통신을 화두로 제시하며 통신기업의 변신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이동통신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복합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박 사장은 지난달 초 전직원 온라인세미나에서도 “이동통신 경쟁력을 가입자당 매출(ARPU), 가입자 수로 계산하고, 점유율을 고지 점령전으로 생각하는 시각부터 탈피해야 한다”며 “당장 손해가 되더라도 모든 신사업을 인공지능, 클라우드화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새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케이티 사장은 올해초부터 현대중공업·엘지전자 등과 함께 산학연 컨소시엄 ‘인공지능 원팀’을 출범시켰다. 이달 초엔 전세계 통신업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회의(GTI서밋) 연설에서 “지금까지 모바일 통신이 소비자간거래(B2C) 중심이었다면, 5G 중심은 기업간거래(B2B)로 전환될 것”이라며 “5G 통신은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와 함께 결합해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이다. 케이티가 5G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탈통신 기업을 넘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형’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에서도 유사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달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국민공모전(SKT 행복 인사이트)을 열고, 치매노인 등 취약층 돌봄사례를 알리고 있다. 케이티는 지난 6일 정부의 전략 프로젝트인 ‘한국판 디지털 뉴딜사업’의 실행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협력전략팀(TF)’ 조직을 신설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업 협력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