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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직 부적응자도 돈 벌기 좋은 시대” 신사임당은 말씀하셨어

등록 2020-07-18 17:29수정 2020-07-24 18:59

[토요판] 현장
2040세대는 어떻게 돈을 벌까

구독자 85만 유튜버 ‘신사임당’에게
저성장 시대 새 희망 이야기를 듣다

“10억 물려받아봤자 붙는 이자 없어
자본금 없어도 가게 열 수 있는 환경”

기존의 정답과 조금 다른 행보로
수입 올리는 작은 성공 소개해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하는 주언규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패배감에 젖어 있지 않으면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하는 주언규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패배감에 젖어 있지 않으면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취업의 문이 좁고 그걸 뚫고 들어가도 몸 누일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시대, ‘돈 버는 법’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열자 2년여 만에 구독자 85만여명이 생겼다. 주로 20대에서 40대가 본다. 지금이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쉽다며 “스마트폰만 할 수 있어도 동수저는 된다. 아이디어와 적극성이 있으면 조선은 생각보다 헬이 아니다”라는 유튜버를 만났다.

“결혼해서 반지하에 살 때는 제가 흙수저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창문 밖에 사람들 발이 보이고,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고, 심지어 나는 결혼도 했는데…. 그런데요, 그 정도면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에요. 물려받은 빚 없죠, 스마트폰 할 수 있죠, 그럼 뭐든 할 수 있어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유튜버 ‘신사임당’ 주언규(35)씨는 희망을 말했다. 그는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유튜브 촬영을 하고 온라인 강의도 찍는다. 이른바 ‘엔잡러’다. 구독자 85만여명을 보유한 그이지만 남 앞에 나서는 걸 어려워한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취업이 힘들고 내 집 마련도 머나먼, 모든 게 막혀 있는 저성장 시대라고 한다.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래 최고치라는 뉴스가 나오고, 증여받지 않으면 급여만으로는 안정적인 주거 마련도 이젠 힘들다고 한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면 자기 손으로 경제적 자유를 일굴 수 있을까. 주씨는 창문 밖 지하철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자님, 가령 이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생겼다고 치면, ‘공덕역 근처 이사 올 때 챙겨야 할 팁 500가지’를 써서, 인터넷에 2천원 받고 팔 수 있죠.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파는 입장으로 마인드를 바꾸면, 팔리는 아이템을 찾을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어요.”

‘장사꾼으로 산전수전 겪어본’ 주씨는 지금이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때”라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 플랫폼으로 권리금과 월세를 내지 않고도,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상인 한명이 24시간 장사할 수 있다. 그는 자본금 없이, 재산을 물려받지 않아도,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강의 플랫폼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강의로 만들어 팔고, 최근 <킵고잉-나는 월 천만 원을 벌기로 결심했다>(21세기북스)란 책도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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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리니 새로운 선택”

그처럼 저성장 시대에 대기업 입사, 공무원 시험 등 좁은 취업문을 붙잡는 대신 사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작은 성공’을 추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정답으로 인식됐던 성실한 급여생활자의 길이 아니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스스로 장사의 기회를 만들어가면 새길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그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증권방송 피디로 직장생활 5년을 했다. 월요일에 출근해 두 밤을 새고 수요일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지만, 손에 쥐는 월급은 160여만원이었다. 적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컴퓨터게임을 할 수 있는 전기세와 지하방 임대료, 가끔 배달음식 시켜 먹을 돈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현실 자각 타임’(현타)이 왔다. 결혼을 하면서다. “‘이 돈이 적은 돈이구나’ 그때 알았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서울 하늘 아래 가정을 꾸려 살려면 뭔가 길을 찾아야겠다, 궁지에 몰리니 새로운 선택을 했던 거죠.”

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1년은 회사에 다니며 부업으로 했다. 5년간 모은 4천만원을 털어 두어 가지 일을 시도했다. 그중 하나로 남대문시장에서 인테리어 용품을 떼어와 온라인에서 팔았다. 초반엔 적자가 났지만 1년쯤 버티자 월 1천만원의 수익이 났다. 안정적 수익이 나자 회사를 관뒀다. 쇼핑몰 성공과 함께 “제가 겪은 자본주의 매뉴얼을 공유합니다”라며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2018년 열었다.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있으니 ‘돈을 많이 벌자’는 의미였다.

쇼핑몰 성공담과 돈에 관한 ‘썰’을 풀어 영상으로 올리자 2040세대 구독자들이 몰렸다. 주변에 비슷한 성공 사례도 발굴해 올렸다. 회사생활 적응 실패한 친구, 공무원 시험에 수차례 낙방한 사람, 뭔가 기존 질서에 부응하지 못한 듯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부를 일구고 살아가는지에 관한 기록이 쌓이고 쌓여갔다. 신사임당 채널이 인기를 끄는 것은 지금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평범한데 기존에 정답이라 여겼던 인생 행보와는 조금 다르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포기하고 ‘앱테크’(앱으로 포인트를 모아 할인 혜택을 받는 것)로 부업한 주부 이야기(‘애 둘 엄마가 부업으로 월 300을 만드는 현실적 과정’), 재봉틀 취미생활로 옷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다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자 직장을 관두고 회사를 차린 30대 이야기(‘공무원 퇴사하고 부자가 된 방법’) 같은 것들이다.

주씨는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현실감 있는 정보’를 꼽았다. “부업으로 월 300만원 버는 법 같은 걸 기존 경제매체에서 다루지 않죠. 하지만 일반인들은 월 300만원 버는 법을 스티브 잡스의 기업 철학보다 더 궁금해합니다.”

유튜브 채널 &lt;신사임당&gt;을 운영하는 주언규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영상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하는 주언규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영상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신사임당 채널의 하루 조회수는 20만쯤 된다. 주씨는 “쉽게 말하면 우리 가게에 하루 손님 20만명이 온다는 말인데, 지금 강릉시 인구가 21만명이에요. 하루 한 가게에 강릉시 인구만큼 방문하는 셈이고, 심지어 지구 단위로도 손님이 옵니다. (이런 인터넷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이 단군 이래 돈 벌기 가장 좋은 시대예요. 역사상 개인이 끌어 올 수 있는 손님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어요”라고 했다.

이런 때를 두고 ‘기회가 없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란 뜻), ‘흙수저’ 같은 소극적 태도가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최대 장애물이라고 했다. 주씨는 “물려받을 게 있으면 일단 좋기는 좋죠.(웃음) 하지만 없다고 ‘이생망’까진 아니에요”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지금 세상을 바라보면서 ‘장사하려면 임대료 내고 가게를 차려야 해’ 이런 생각을 하니까 ‘이생망’이죠. 온라인으로 가게 만드는 데 돈 0원 들어요. 물려받지 못하면 못 한다? 그렇지 않아요.”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금 사업을 난생처음 시작한다면 자본금 10억을 물려받은 사람과 가진 돈 0원인 사람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그는 역발상을 했다. “예전엔 시제품 하나 만들려면 10억 있는 사람들만 가능했죠. 지금은 자본금이 없어도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자들의 펀딩을 받을 수 있고, 텀블벅 같은 펀딩 플랫폼에서 대중의 모금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런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이 더 기회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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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보다 ‘1억배’ 즐겁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빠르게 부자가 되고 있는데, 패배감에 젖은 사람은 그렇지 못해요” 하고 주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금리 시대에 10억 물려받아 봤자 붙는 이자도 없고.” 그의 말이다. “한때 저도 저를 흙수저라 생각했는데, 물려받은 빚 없으면 일단 은수저입니다. 스마트폰 할 수 있으면 동수저고요. 조선은 생각보다 헬이 아니에요.” 그는 최근 직원 셋을 뽑아 일자리 창출도 했다. 자기와 비슷하게 직장생활이 잘 맞지 않는 사람 몇몇이서 한 팀이 되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다. “저는 제가 사회 적응을 못하고 답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를 나와보니 85만명(현 구독자 수)이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하하하.”

주씨는 지금이 직장생활 할 때보다 ‘1억배’ 즐겁다고 했다. “옛날엔 사업하려면 사람 만나 호감을 사야 하고 영업하느라 술을 먹어야 했어요.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만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나 같은 조직 부적응자들도 혼자 장사할 수 있는 지금이 돈 벌기 좋은 시대죠.”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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