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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주가 V자 널뛸 때 채권·펀드는 ‘옥석 가리기’ 치열했다

등록 2020-07-28 04:59수정 2020-07-28 20:17

코로나19 강타한 상반기 자본시장 어땠나 보니
주식은 웃고 펀드는 울고…채권은 우량기업 쏠림↑

2020년 경제지표 변동 현황. 한겨레
2020년 경제지표 변동 현황. 한겨레

올 상반기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국내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증시와 유가는 널뛰었고 회사채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금융투자업계 통계를 활용해 올 상반기 자본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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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브이자(V)형 반등

올 상반기 가장 눈에 띄는 건 주가의 빠른 회복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제조 기업의 국외 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 지난 3월, 코스피는 가파르게 하락해 19일 저점(1457.64)을 찍었지만 곧 빠르게 반등해 2개월 만인 5월26일 2000선을 회복했다. 올 상반기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6.5% 늘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일부 상장사들은 여세를 몰아 모자란 영업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했다. 지난 상반기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상장사는 14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늘었다. 무상증자를 실시한 상장법인은 2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 신규 상장을 시도한 기업은 많지 않았다.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긴 했지만 지난해보다 여전히 주가가 낮은 기업이 많아서다.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통상 동종업계 주가를 따르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 때 상장하면 불리하다. 인수목적회사를 제외하고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17곳으로, 지난해(25곳)와 견줘 8곳 줄었다. 연초엔 50곳 이상이 상장을 계획했으나 주가가 폭락하면서 계획을 기약 없이 미뤘다. 상반기 상장한 기업은 에스케이바이오팜을 비롯해 젠큐릭스(의료), 에스씨엠생명과학(바이오), 플레이디(온라인 광고 대행) 등 바이오와 인터넷 기업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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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투자는 공모·사모펀드 모두 ‘시들’

주식 직접투자 열기가 뜨거웠지만 간접투자는 활발하지 않았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설정된 돈은 6월 말 44조656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50조3582억원)보다 12% 줄었고, 사모펀드도 11조3190억원에서 9조9968억원으로 11% 줄었다. 채권 펀드도 102조9985억원으로 지난해(110조800억원)보다 감소했다.

평균 수익률은 국내 채권형 펀드가 가장 좋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연초 대비 6월 말 평균 수익률이 1.39% 올랐다. 부동산 등 국내 대체투자(-13.2%)가 가장 수익률이 안 좋았고 국내 주식형 펀드도 수익률(-2.49%)이 마이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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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좋은 국채, 옥석 구분된 회사채

코로나19로 재정이 부족해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채와 지방채를 적극적으로 발행했다. 지난 상반기 국채 발행량은 133조4793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고 지방채 발행량도 4조31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1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그래도 사려는 외국인들이 많아 국채 3년물 금리는 연초 1.3%에서 현재 0.8% 수준까지 떨어졌다(채권 가격 상승). 국내 주식 투자엔 소극적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회사채는 지난해보다 발행량이 더 늘었는데, ‘옥석 가리기’가 치열했다.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올해 상반기 22조58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0조4826억원)보다 많았지만, 트리플에이(AAA)와 더블에이(AA)급 회사채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A급 이하부턴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크게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AAA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해 3조2200억원으로 지난해(2조4100억원)보다 많았고 AA급도 19조8천억원으로 지난해(15조600억원)보다 많았지만, A급은 5조2800억원으로 지난해(8조7550억)보다 적다. BBB급도 6140억원으로 지난해(1조2110억원)보다 적었다. BB급 이하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발행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위기의 순간에 회사채를 활용했지만 저신용등급 기업은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다.

저신용등급 기업들은 주식관련사채를 활용했다. 회사채로 발행했다가 특정 주가에 도달하면 주식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자본금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올해 주식관련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154개로 지난해(133개)보다 15% 늘었다. 기업들은 금융기관 차입도 늘렸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1분기 기업들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47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19조원)의 2배 이상이다.

주로 3개월 미만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단기사채는 일반 단기사채 발행량이 4.3% 줄었고 자산유동화증권을 비롯한 유동화 단기사채 발행량은 10.6% 늘었다. 지난 3월 증권사의 투매로 2.23%까지 치솟았던 기업어음(CP) 금리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 1.4%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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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락한 외환 시장과 원자재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이후 128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3월 한·미 통화스와프로 안정을 찾은 뒤 1190원대까지 내려왔다. 한때 공급 과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서부텍사스(WTI)산 원유 가격도 현재 배럴당 41달러까지 회복했다.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대응에 쓰이는 금값은 꾸준히 올라 1월 말 6만447원(국내 기준)에서 7월 현재 7만4332원까지 상승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하반기 경제 소폭 개선…코로나 재확산·미중 분쟁 변수”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5월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2차 확산 여부와 미·중 무역분쟁 등 굵직한 변수가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월 이후 주요국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1~2분기 부진했던 대외 수요가 살아난 점, 국내외 유동성이 충분하고 정부 지원으로 투자 심리가 많이 개선된 점 등이 긍정적”이라며 “하반기 기업 자금 조달 상황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도 나쁘지 않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기업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올라오는 모양새여서 주가 전망도 2200선을 유지한다”며 “전반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그간 소외됐던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카카오, 네이버 등 비대면 서비스 기업들보다 주가 흐름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도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3차 추경으로 24조원 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어 물량 부담이 있지만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된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채 금리가 보합세면 회사채로 수요가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2차 확산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의 기업 실적 예상치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순간 무의미한 데이터가 돼 버린다”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은행 차입이 줄고 신용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이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미 대선 등 굵직한 변수로 인해 위험회피(헤지)를 위한 파생거래가 늘 수 있다”고 봤다.

원자재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황병진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 완화 정책 기조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금, 은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는 하반기 들어 재고가 감소하면서 4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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