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1. 서울의 직장인 ㄱ씨는 지방에 자본금 100만원인 1인 주주 법인을 세운 뒤 돈을 빌려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샀다. 다시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아 10여채의 분양권과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애초 ㄱ씨가 법인을 통해 빌린 자금의 출처는 ㄱ씨의 아버지로 의심받고 있다. 그는 더욱이 법인을 통해 여러 주택을 보유해 양도소득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2. 프랜차이즈 사업자 ㄴ씨는 아내 명의로 아파트 여러채를 취득했다. 구입 자금은 ㄴ씨가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가맹비나 인테리어 수익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현금매출마저도 적게 신고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3.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는 지방의 분양권을 산 ㄷ씨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지불했지만, 수천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로 인해 수천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다.
국세청은 28일 이처럼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탈세 혐의가 있는 392명과 21개 법인 등 총 413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인 법인을 설립하거나,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아 고가 아파트나 분양권 등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대상은 1인 법인을 설립하거나 수차례에 걸친 갭투자를 통해 다수의 주택 및 분양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 보유자 56명과 회사자금 유출 혐의 9개 법인 등이다. 또 고액 자산을 취득한 30살 미만 연소자 62명, 편법증여 및 사업소득 탈루를 통한 고가 주택 취득자 44명, 고액 전세입자 107명 등도 포함돼 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시장불법행위 대응반’에서 조사해 국세청에 통보한 탈세협의자 100명도 조사 대상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법인을 제외한 392명 가운데 30대가 197명(50.3%)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40대 107명(50.3%), 50대 이상 49명(12.5%), 20대 이하 39명(9.9%) 등이었다.
직장인 ㄱ씨가 1인 법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례. 국세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세청은 앞서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 거래·금융자산 등을 통해 변칙적 탈세혐의자 3578명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5105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이들 역시 편법 증여나 법인 수익 등을 빼돌려 부동산 투기를 했다. 예를 들면, 의류소매업자가 밀수출업자를 통해 의류 상품을 중국에 판매한 뒤 환치기를 통해 국내에서 대금을 수시로 받아 부동산 투기를 했다. 또 20대가 아버지 병원으로부터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급여를 받고, 큰아버지 계좌로 아버지 돈을 증여받은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조사 방법으로 금융기관 계좌정보와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통해 자금의 원천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득·재산·금융자료 등 재산내역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 소비 활동도 참고하고,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 또는 특수관계 법인에 대해서도 자금조달 능력 등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개인·법인의 다주택 취득, 보유·임대, 양도 등 부동산 거래 전과정에서 정당한 세금 없이 편법적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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