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른바 ‘부모찬스’를 이용해 분양권이나 부동산 매매·증여 과정에서 편법 증여를 한 혐의가 있는 이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자녀가 분양권을 산 뒤 부모가 중도금을 대납하는 등 분양권을 이용(46명)하거나 채무를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방식(39명)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다.
우선 분양권을 통한 편법 증여 의심 사례를 보면, 충분한 자산이 없는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아파트 잔금을 치르거나 헐값에 분양권 거래를 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어머니 회사에서 일하던 ㄱ씨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아파트 분양권을 샀지만, 소득이 높지 않아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를 여력은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중도금과 잔금 수억원을 지불해 편법 증여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무주택자이던 ㄴ씨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을 수천만원만 주고 다주택자인 어머니로부터 샀다. 다주택자인 어머니는 저가에 팔아 양도소득세를, 아들 ㄴ씨는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통한 증여세 탈루 의심 사례. 국세청 제공.
채무 대신 변제를 통한 증여세 탈루 의심 사례. 국세청 제공.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방식의 탈세 의심 사례도 있었다. 30대 ㄷ씨는 수십억원의 상가 건물을 사면서 기존에 있던 수억원의 대출까지 함께 떠안았는데, 소득이나 재산상태가 많지 않았는데도 건물 매입 후 이를 상환했다. 어머니가 아들 대신 빚을 갚아줘 그만큼 증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편법증여가 확인되면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를 추징하고, 부동산 거래 관련 법령 위반 내용을 관련 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다운계약서 등 거짓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동산을 판 사람은 물론 산 사람도 향후 집을 팔 때 비과세·감면에서 배제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변칙적 탈세에 대해 정보수집을 더욱 강화하고 부동산 거래 전 과정에 대해 엄정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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