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겨레> 자료 사진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주식 공매도 재개 논란에 대해 “대형주부터 (공매도 금지를) 풀어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으며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공매도 영향을 크게 받는 쪽(중·소형주)은 연장하고 거래량이 많아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별 영향을 안 미치는 대형주 쪽은 풀어주자는 것도 검토할 대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은 정책 당국(금융위원회)이 하겠지만 대형주 위주로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비슷한 안을 낸 바 있다. 송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해 일부 대형 상장 기업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자”며 “300개 대형주로 구성된 ‘KRX3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예로 들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를 상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외국에서도 (공매도를) 대체로 다 허용하고 있다”며 “선진 시장으로 바꾸고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만 다르게 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차분히 판단해줬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인데, ‘마녀 사냥’처럼 진행돼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응이다.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에 대해 손 이사장은 지난해 연말 자본시장법 통과를 비롯한 제도 개선을 통해 “(개선) 약속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근거가 마련돼 있고, 이제 집행하고 잡아내는 일을 남겨두고 있다“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금지 기간을 3개월가량 더 연장하는 방안이 제기된 데 대해 “애초 6개월 동안 금지하려던 걸 1년으로 늘리지 않았느냐”며 “추가 연장한 것도 옵션(선택)이긴 한데,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처럼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을 때 조정하고 가는 게 정상화하기에 더 좋은 시기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많다”며 “애초대로 3월에 재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매도 금지는 비정상 상황(코로나19 사태)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정상화된 시점에선 되돌리는 게 맞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정치 이슈로 번져 의사 결정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거래소 쪽에선) 정책 당국(금융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3월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처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지난해 3월16일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처를 결정했고 이후 6개월 더 연장해 오는 3월 15일 금지 조처의 만료를 앞두고 있던 터였다.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는 다음 달 열리는 금융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가 19일엔 “정해진 게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물러섰다. 이에 따라 당정의 방침대로 일정 기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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