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항공이 연이어 기체 손상 등 운항장애를 일으켜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탓에 조종사들이 휴직과 복직을 되풀이한 게 운항장애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말부터 조종사의 비행 기량을 평가한 뒤 고기량자 위주로 비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24일 “코로나로 인해 항공기 운항일정이 축소돼 조종사들이 수시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상황인 만큼 복귀 조종사들의 비행 기량을 엄격히 체크하겠다”며 “4월부터는 고기량 조종사 위주로 비행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7C106)가 이륙 도중 동체 뒷부분 아래쪽에 부착된 테일 스키드가 활주로에 닿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제주공항에서 이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7C606)가 에어서울 항공기와 왼쪽 날개 부분이 닿아 손상됐다. 다시 이틀 뒤인 지난 10일에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7C264)가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날개 끝 보조날개(윙렛)가 손상된 뒤 복항(고 어라운드)했다가 착륙한 바 있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 항공사에서 한달 안에 무려 세 차례 기체 손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세 차례 모두 해당 사항이 문제 발생 직후 현장점검에서 파악된 게 아니라 추가비행이 이뤄진 뒤 다음 운항지에서 발견됐다. 항공안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사과와 함께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고기량 조종사 위주 운항’ 방침을 세웠다.
항공업계에서는 세 차례 모두 기상악화도 없었던 데다가 현장에서 문제를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종사와 정비사의 실수를 주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의 잇단 운항장애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고, 지난 15일 각 항공사에 안전지침 준수 요구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16일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불러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조종사들의 비행기회 감소와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항공법 시행규칙은 조종사에게 최근 90일 안에 해당 기종의 항공기를 각각 3회 이상 이·착륙 진행한 비행경험을 요구한다. 비행경험은 국토부가 승인한 시뮬레이션 장치를 통해서도 대체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조종사가 3개월 이상 휴직할 경우 국토부 운항자격심사를 통과해야 다시 운항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크게 줄고 항공사 경영난으로 조종사들이 ‘1~2개월 휴직과 복직’을 되풀이하면서 기존 3개월 단위의 운항자격심사 제도에 빈틈이 생겼다는 점이다. 1~2개월 쉬다 복직한 조종사들이 자격심사나 충분한 비행경험 없이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운항경험을 대체한 뒤 비행에 투입되는 상황이어서다. 대한항공 쪽은 “휴업을 마치고 복귀하는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 훈련과 관숙비행(비행참관훈련)을 거친 뒤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윤석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지난해 항공사들에게 조종사들의 휴직 뒤 복귀에 따른 기량 적정성 유지 프로그램을 제출하도록 해 모니터링해왔다”며 “제주항공 운항장애에 대한 사실조사에서 유해요인이 드러나면 실효성을 담보할 추가 절차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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