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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당근이세요? “중고거래로 남산 수십개 온실가스 흡수 효과”

등록 2021-05-19 05:00수정 2021-05-19 09:30

정남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당근마켓 김용현 공동대표

2015년 ‘판교장터’로 시작해 지금은 월 1500만명 방문
‘반경 6㎞’ 동네사람끼리 만나 거래하는 게 성공 비결
생활정보 주고받는 ‘온라인 마을회관’ 기능 급성장 중

지역 광고가 수입원인데 아직 적자…투자 유치는 활발
영국 40개 도시 진출 이어 캐나다·미국·일본으로 확장
도시화 과정 거치며 해체된 ‘지역 공동체’ 복원이 꿈
“혹시 당근이세요?”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살짝 미소를 지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당근마켓을 통해 만난 사람들끼리 중고물품을 주고받는 시간은 짧다. ‘당근인지’만 확인하면 되니까. 김용현(43)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이렇게 만난 사람 열에 하나가 중고물품 거래를 위해 다시 만난다”고 했다.

당근은 ‘당신 근처’를 줄인 말이다. 도시 지역의 경우 ‘반경 6㎞ 이내’를 ‘당근’으로 친다. 우리 동네 사람끼리 직접 만나 간편하게 거래함으로써 인터넷의 익명성 탓에 결핍될 수 있는 신뢰도를 보완하자는 뜻에서다.

당근마켓의 뿌리는 2015년 7월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판교장터’다. 지역 주민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하고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출범한 당근마켓은 지난 3월 월간 방문자 수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15살 이상 인구(4502만명) 셋 중 한명이 당근마켓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2020년 한해 동안 1억2000만건의 거래와 나눔을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나무 2770만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네요.” 서울의 남산 수십개가 온실가스를 흡수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자원 재활용’과 함께 ‘연결’은 당근마켓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하는 핵심 가치이다. 당근마켓은 온라인 마을회관 기능을 키워가고 있다. 동네 소식을 전하고, 맛집을 알려주고, 분실물을 찾게 도와주고, 운동·공부·봉사활동을 함께 할 사람을 찾아주는 ‘동네생활’ 서비스의 월간 방문자 수는 지난해 11월 500만명을 돌파했다.

당근마켓 김용현 공동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근마켓은 직원 수가 180명인데 앞으로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 강남역 근처의 교보타워로 사무실을 넓혀 옮기는 중이었다. 회사 마스코트인 ‘당근이’는 먼저 이사를 가서 이날 만날 수가 없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당근이’는 당근을 손에 쥐고 있는 토끼처럼 보입니다.

“실은 강아지입니다. 토끼 옷을 입고 있는 강아지요.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 동네에 대해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친근해서 이웃들한테 사랑받는 그런 강아지를 캐릭터로 만든 것입니다. 당근마켓 채팅창에서 마켓 이용 규정에 어긋나는 대화가 오갈 때도 당근이가 얼른 나와서 얘기를 하지요.”

―당근마켓은 어떻게 창업하게 됐습니까?

“아버지가 종합상사에서 일하셨는데, 저도 직장생활을 종합상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점차 무역 중개가 줄어들었습니다. 인터넷을 잘은 몰랐지만,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하루에 1억원어치씩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업계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친구 소개로 네이버에 입사했고, 나중에 카카오에서도 일했습니다. 기획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다른 일을 했지만 결국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가 다음과 합쳐 커지면서 나오게 됐고, 그때 창업의 길로 나가게 됐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가운데 창업해서 성공 궤도에 오른 사람이 여럿입니다.”

―김재현 공동대표와는 이름만 보고 형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습니다.

“카카오에서 카카오 플레이스라는 앱을 만들 때 처음 같이 일했습니다. 창업하면서 손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국내 사업 쪽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글로벌과 경영관리를 맡고 있고요.”

―중고물품 중개라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채택하셨나요?

“카카오에 있을 때 지역 광고 시장을 창출하자고 앱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어요. 왜 실패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방문 빈도가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이 매일매일 찾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거죠. 그 무렵 회사 게시판에 직원들끼리 중고물품 사고파는 게 있었어요. 매도자가 자기 평판을 고려해서 내놓으니 값이 쌌습니다. 아주 인기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습니다. 테크노밸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판교장터’를 먼저 열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개방을 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회사원들이 중고거래를 하면 얼마나 하겠냐, 주부들이 많이 하지’ 그러더라고요. 개방을 하고 보니 거래량이 10배 넘게 늘어나더군요. 그래서 서비스 지역을 분당으로 넓히고, 점차 전국으로 넓혔습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아서 이게 분당에서만 잘되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차차 풀려나갔습니다.”

―어떤 분들이 당근마켓을 많이 이용합니까?

“남녀노소 다 이용하지만, 핵심 이용자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입니다. 25살에서 44살 사이의 여성이 40%가량 되고, 같은 연령대의 남성이 24%가량 됩니다.”

―당근마켓에서는 사용자가 위치 인증을 해야 하고, 그곳을 기준으로 ‘당신 근처’에서 올라온 게시물만 볼 수 있습니다. ‘당신 근처’를 왜 6㎞로 제한하셨습니까?

“그 이상이 되면 택배로 물건을 보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포장할 필요 없이 구매자가 물건을 직접 가지러 올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판매자 입장에선 더 싸게 내놓을 수 있지요. 당근마켓에선 사는 사람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게 문화로 정착돼 있습니다.”

―직접 대면거래를 하게 함으로써 신뢰를 보강한 셈이군요. 지역에 따라 거래 물품에 특징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제주도에선 배를 거래하기도 합니다. 그날 잡은 생선을 팔겠다고 내놓은 분도 계셨습니다. 이건 법에 저촉돼 거래 금지 품목입니다. 서울 강남지역에선 명품 거래도 많습니다. 전체로 보면 육아용품 거래가 가장 활발합니다. 10만원 밑으로 거래되는 것이 전체의 90%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이란 것 외에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강하는 장치가 있습니까?

“거래한 사람에 대해서, 거래를 위해 대화만 나눈 경우에도 상대방의 매너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너 점수를 공개합니다.”

―중고물품을 사고 나서 잘못 샀네, 저 사람이 날 속인 것 같네, 그러면서 항의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그런 문의가 들어오면 저희가 판매자와 대화를 하도록 권유합니다.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 지침을 정했습니다. 귀책사유가 판매자에게 있으면 경고를 하거나 이용을 정지시킵니다. 판매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저희가 중재를 합니다.”

―전문 판매업자를 차단하거나 거래 금지 품목의 거래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어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차단합니다. 우리 동네 마켓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이 활발하게 신고를 해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월간 이용자가 지난해 8월 1000만명에서 올해 3월 1500만명으로 7개월 사이 50%나 증가했습니다. 그야말로 폭증입니다.

“아직 성장 중이라고 봅니다. 중고거래만 한다면 2000만명 정도면 피크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동네생활’도 커가고 있고 ‘내 근처’ 서비스도 있습니다. 당근마켓에 중고물품 판다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동네 어디 불났어요’ 이런 뉴스라든가, ‘강아지 찾아달라’는 글도 올라옵니다. 분실센터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걸 통해서 많은 분들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으십니다. 요즘은 당근마켓에서 함께 동네를 산책하거나 운동할 사람을 찾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법 가르쳐줄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분들이 무료나 저렴하게 강좌를 열고 지역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지역사회가 훨씬 풍요로워지겠지요. 당근마켓의 ‘내 근처’ 서비스는 지역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동네 주민을 연결하는데 일자리, 교육, 부동산, 중고차, 지역 업체 소개 등 지역 생활에 필요한 각종 유용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합니다.”

―인력이 180명이나 되는 회사인데, 사무실(3분의 2는 카페 같은 공간이다)에 사람이 별로 안 보이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많이 하기도 하는데, 원래 출퇴근이 맘대로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고 각자 알아서 일을 합니다. 우리는 뛰어난 인재를 뽑으려 노력하는데, 그런 분들은 통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분들한테 배우는 게 더 많지요. 평가는 360도 다면평가입니다. 팀장도 평가에 참여하고, 같이 협업하는 팀 멤버들도 참여합니다. 1년에 두번 하는데, 평가 내용은 언제든 써넣을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사람들한테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플랫폼 운영 비용은 많이 들어갈 텐데요. 수익 모델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영업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역 광고가 주 수입원인데, 비용의 절반가량 감당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연결’을 많이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수익 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근마켓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투자자가 많았는지, 그동안 외부 자본 유치는 상당했습니다.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500억원 가까이 유치했습니다. 2016년 말 13억원, 2018년 5월 68억원, 그리고 2019년 9월 400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올해 여름에 추가로 투자를 받을 예정입니다.”(김 대표는 지분 구조에 대해서는 협약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간단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사업이 큰 변수니까요.”

―재작년 하반기에 영국에서 ‘캐럿’을 론칭했습니다. 글로벌 사업들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영국에서는 4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코로나19 감염증이 퍼져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에도 진출했고, 일본에서도 최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 차이가 있으니까 서비스를 하면서 개선을 해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잘되고 있습니다. 외국에는 당근마켓처럼 사용자 수나 체류시간 등에서 압도적인 중고거래 서비스 플랫폼이 아직 없습니다. 특히 반경 200㎞라든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서비스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우리처럼 6㎞로 좁게 설정해서 벗어나면 아예 거래를 못 하게 하는 서비스는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당근마켓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우리와 문화가 다르니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적어도 3~5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6㎞ 범위 안의 당신 근처’라는 게 의미가 매우 크군요.

“그 거리 제한을 풀어야 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거리 제한 좀 제발 풀어달라는 리뷰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나는 자동차가 있어서 20㎞도 금방 갈 수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 이런 불만이 아주 많았거든요. 하지만 끝까지 풀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푸는 순간 우리의 핵심이 무너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 주민과 직거래를 한다는 게 핵심이죠.”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외국 진출을 하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게 있습니까?

“이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 사례가 나올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을 보면 때가 성숙한 것 같아요. 이럴 때 정부가 규제보다는 지원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계속 만들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회사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서 꿈이 사업가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상당히 성공하신 거 같은데, 어떤 점이 보람입니까?

“전에는 지역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 해체되고 없어졌습니다.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서 저희 당근마켓이 그것을 약간은 복원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게 제일 보람인 것 같습니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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