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감사원이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부실 감독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등 관련 기관 임직원 일부에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고위험 투자상품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초래한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 ‘반쪽짜리’ 감사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은 5일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서 총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며 5명 징계, 17명 주의, 24건의 기관통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금감원 직원 2명에 대해 중징계인 ‘정직’을, 다른 2명에게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2019년 하반기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공익감사청구가 들어옴에 따라 이를 포함해 금융감독기구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서는 펀드 설정에서부터 운용에 대한 검사·감독까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 보고를 하면서 일반 회사채에 투자가 가능한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보완 요구없이 그대로 인정한 점이 지적됐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작성했다. 기업은행은 신탁계약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도 옵티머스의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검사와 상시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의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하자 적기시정조치 요건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검사에서 옵티머스가 부당 운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에 건의했다. 또 금감원은 2018년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위법 부당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옵티머스 쪽의 설명만 믿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답변했다. 금감원은 2019년에는 옵티머스가 펀드 자금으로 특정 기업을 인수·합병했다는 등의 민원을 접수하고서도, 검찰과 금융위가 다른 내용을 조사 중임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검찰과 금융위가 수사·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없이 종결 처리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해 옵티머스에 대한 서면검사에서 펀드 자금 400억원을 대표이사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하는 횡령 및 사모펀드 돌려막기 등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바로 검사에 착수하거나 금융위·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금융감독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에 대해서는 ‘주의’만 촉구했다. 감사원은 “금융위는 일반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투자요건 등을 완화해 사고 발생 사모펀드의 피해가 일반투자자에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제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금액 1억원 이상의 일반투자자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시 규제완화를 누가 주도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일반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 등을 면밀히 고려해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을 설정하는 등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 보호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만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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