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카뱅)가 몸값을 18조5천억원에 매겨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1, 2위인 케이비(KB)금융(21조5389억원)과 신한지주(19조8633억원)에 바짝 다가선 코스피 시가총액 21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2일 카카오뱅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가는 희망 범위(3만3천원∼3만9천원)의 상단인 3만9천원으로 결정됐다. 확정된 공모가 기준으로 카뱅의 시총은 18조5289억원에 달한다. 상장 첫날 카뱅 주가가 공모가 대비 16.3%만 올라도 지금의 케이비금융 시총을 넘어선다. 이날 장외시장에서 카뱅 주가는 공모가의 2배인 7만9천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영업을 시작한 지 4년이 갓 지난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보험·증권·카드사 등을 거느린 거대 금융지주사들을 제치고 국내 금융업계 대장주에 오르는 지각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모가를 결정하기 위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1732.8대 1로 나타났다. 확정 공모가 밑으로 써 낸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배정받은 주식을 일정기간(15일~6개월)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45.3%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번에도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의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13.4%로 크게 낮았다. 배정받은 물량 중 86.7%를 상장 첫날부터 팔고 떠나겠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서는 카뱅의 공모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카뱅이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에 국내 은행은 쏙 빼고 외국 핀테크 업체 4곳만 포함해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 특징,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채 해외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가깝다”며 적정 기업가치를 15조5천억원(주당 3만2625원)으로 평가했다. 반면 에스케이(SK)증권은 비대면 금융모델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여해 카뱅의 상장 뒤 시총을 30조7천억원(주당 6만4천원)으로 추정했다.
카뱅은 오는 26∼27일 일반청약을 받아 다음달 5일께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총 공모금액 2조5525억원 중 25%인 6381억원이 개인에 배정됐다. 개인은 대표 주관사 케이비증권과 인수회사인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은 불가능하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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