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리포트에 이어 국내 증권사에서 ‘환율에도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문홍철 디비(DB)증권 연구원은 17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돈줄 조이기와 중국의 돈풀기가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119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중국이 경제지표 부진으로 지급준비율 인하에 이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재앙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와 광공업생산은 전년비 각각 8.5%, 6.4%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중국 당국이 추가 재정과 통화 정책 지원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는 이 때 중국이 완화정책을 펼치면 달러가 강해진다. 달러 강세로 미국 외 지역의 부채비용이 증가하고 수출은 부진해진다”고 짚었다. 특히 백신접종 속도가 느린 한국과 같은 나라의 통화가치가 큰 위험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견고한 저항선인 1140~1150원이 쉽게 상향돌파된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원화가 달러당 1180~1190원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7.3원 급등한 1176.3원에 마감했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대거 하향조정했던 모건스탠리는 다른 투자은행으로부터 주가의 추가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매체 써치엠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 시포트글로벌은 16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내년 실적과 자산 민감도 등을 감안할 때 주가의 상승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시포트글로벌은 뉴욕에 본사를 둔 중간 규모의 투자은행이다. 이날 모건스탠리 주가는 0.21% 하락했다. 또 재무설계 전문회사 줄파이낸셜의 대표 퀸트 타트로는 “메모리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최근 주가하락은 투자기회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