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 제재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해석위)에 삼성생명 쪽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안건을 올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사의 자문없이 보험사의 보험금을 부지급, 즉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않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보험사가 계약자의 암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때 의사 자문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가 법령해석위에 올라간 핵심 쟁점이었고, 결론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라는 쪽으로 내려졌다는 얘기다. 이런 결론은 그동안 삼성생명 쪽이 주장해온 논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합리적인’ 자체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린 이유는 삼성생명이 암의 직접치료 목적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500여건 사례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험약관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보험약관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해 4일 이상 계속해서 입원했을 때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주치료병원 의사나 제3의 의사의 의학적 소견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반증을 통해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요양병원 입원치료는 암 입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하고, 이후에 계약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암입원보험금 화해 가이드라인’이라는 자체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화해를 진행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결과 드러났다.
이런 보험금 부지급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의사 자문이 있었느냐는 잣대를 가지고 심의를 하면 삼성생명 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의 지적은 단지 의사의 자문이 없었다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암환자들의 평균 대학병원 입원일수는 병원의 사정으로 인해 7일에 불과하고, 7일이 경과하면 주로 요양병원을 이용한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의원(정의당)도 “금융위가 8개월간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법령해석위 심의를 요청한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다가, 5번이라는 이례적인 안건소위를 진행해놓고 법령해석위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삼성생명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쪽은 법령해석심의위와 삼성생명 제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법령 해석상의 모호한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승범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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