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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감원, DLF 판결 항소 왜 머뭇거리나

등록 2021-09-08 04:59수정 2021-09-08 08:29

현장에서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사모펀드 부실 판매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를 취소한 법원 판결이 나온 지 열흘이 지나도록 금융감독원이 항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항소 기한인 17일까지 결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항소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한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논리나 내용 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항소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1심 판결 이후 6~7차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항소, 항소 포기, 일부 항소 등 여러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정은보 금감원장이 항소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의 항소 여부 질의에 “금융위와 협조해 결론 내겠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마치 두 기관이 핑퐁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시간을 끄는 사이 우려스러운 일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선수를 쳤다. 손 회장 1심 판결 이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으니 금융당국이 개입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금융위 1급 관료를 지낸 김광수 회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고승범 금융위원장(28회)과 정은보 금감원장(28회)의 직속 선배다. 김 회장은 지난 3월에도 “금융당국이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금감원을 비판했다. 금융위 고위 관료 출신이 퇴임 뒤 금융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며 감독 질서를 흔들고 있다.

법원 판결은 형식이나 내용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재판부는 ‘법률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논리로 손 회장 징계를 취소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법원의 논리가 ‘궤변’이라고 비판한다. 경제개혁연대 등 7개 단체는 지난 6일 공동성명을 내어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의무를 부당하게 축소 해석해 금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소극적으로 법을 해석한 판결이라면 금융당국은 마땅히 항소를 한 뒤 법령을 보완하면 된다.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사안은 피해를 본 소비자다. 피해를 발생시킨 것이 징계 근거다.

하지만 디엘에프·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태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연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 자율규제가 실현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이 이번 판결을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의 빌미로 삼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즉시 항소하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판례로 남을 법원 결정을 ‘소비자 보호’라는 법의 근본 취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항소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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