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송파구 주공5단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금융상품 재원을 취약계층 중심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고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적격대출은 공급규모가 줄어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정책금융 기관장과 간담회를 열어 가계부채 관리, 코로나19 지원 등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회의에서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서민·취약계층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정책모기지 재원배분과 주택금융 차원의 지원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을 취약계층이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하는 대출인 보금자리론 재원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특히 금리가 0.1%포인트 더 낮은 서민우대형 대출 공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민우대형은 부부합산 연소득 4500만원 이하와 수도권 주택가격 5억원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주택금융상품 가운데 소득 제한이 없어 고소득자도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적격대출은 공급규모가 줄어든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나 주택처분을 약속한 1주택자가 시가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이다. 은행이 대출상품을 팔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사는 방식이다.
적격대출의 올해 공급 한도는 8조원으로,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조원씩 줄여왔다. 내년에도 1조원 감축할 계획이다. 적격대출은 시중은행의 신청을 받아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한도 내에서 배정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의 신청 수요가 많지 않아 올해 한도 8조원을 모두 소진하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하면서 적격대출 신청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승범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대출 수요가 몰리는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라 세밀하게 봐야 하는 면이 있는 반면 금리·조건 등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어 (규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과도하게 전세대출을 받는 부분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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