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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권 줄줄이 가계대출 제한·중단…실수요자 여파는?

등록 2021-10-07 17:23수정 2021-10-08 02:40

카카오뱅크도 진입장벽 높여
고신용자 신용대출·전세대출 중단
NH농협·KB국민 이어 하나도 가세
연말까지 대출 억제 이어질 듯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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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잇달아 가계대출 상품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전년 대비 대출 잔액 증가율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상당히 가까워진 탓이다. 연말까지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고신용 신용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대출, 직장인 사잇돌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은 일일 신규 신청 건수를 제한한다. 상황에 따라 신청 가능 건수는 바뀔 수 있다는 게 은행 쪽 설명이다.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햇살론 등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대출상품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라며 “대출 증가속도를 고려하여 추가 조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지난달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케이비(KB)국민은행까지 선제적으로 각종 가계대출 상품의 한도를 축소해 운영하기로 밝힌 뒤 그 여파가 다른 은행들로 번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국민은행이 이례적으로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 움직임을 보이자 그로 인한 풍선 효과를 우려한 다른 은행들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등 일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대환대출(다른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 타는 것)을 중단했다. 이달 1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과 보증 가입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은행 쪽에서는 이를 일단 ‘한시적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뿐 아니라 하나은행은 대출모집법인 6곳을 통한 대출 영업을 연말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지역별 영업 본부별로도 한도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정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지속해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해오다 지난달 1일부터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영업점 취급 실적에 따라 최소 5억원부터 수십억원까지 한도를 배정해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의 대출 조이기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다 수용할 경우 상품 판매 중단을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한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다만 영업점이 한도를 소진해 추가 배정을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해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은행 쪽 설명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년 대비 대출 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 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책정하고,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 한도를 정할 때도 여태까지는 케이비 시세 또는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했는데 이제는 분양가격, 케이비 시세, 감정가액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액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는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10월부터 집단대출 등 일부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신규취급 한도를 영업점별로 관리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한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는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타행의 대출 제한 추가 조처로 인해 대출 신청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실수요자금을 중심으로 한 대출 한도는 남아있다”며 “다만 상황에 따라 추가 조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하고, 은행들도 그에 맞춰 여러 조처를 취하는 상황에서 전세자금을 빌려야 하거나 분양받은 집의 잔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부의 대출한도 축소로 갑자기 마련해야 할 돈이 수억 원 늘어 분양받은 아파트에 못 들어가게 생겼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언급한 데에도 이러한 우려가 담겨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에서도 실수요자의 피해는 우려와 달리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짙다. 한도 축소 등으로 다소 불편함이 생길 수 있지만 국민청원에서 지적한 것처럼 분양 받은 아파트에 못 들어가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직 사람들의 우려만 있지 구체적인 정부 지침은 없는 상태이고, 케이비가 취한 것 같은 조처를 다른 은행들이 그대로 따라 갈 가능성도 적다”며 “당국도 눈치를 보고 있어서 아직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엎어지는 상황까지는 아닌 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자금의 흐름을 볼 때 실수요자들의 경우 큰 문제없이 (계획한 대출을) 다 받을 수 있을 걸로 본다”며 “연말까지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 등을 계속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 관리 조처와 그에 대한 여론을 살피며 규제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제시한 가계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 목표치는 5∼6% 정도다. 연말까지 세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대 후반으로 목표치인 5%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다.

노지원 이경미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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