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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쉬운 대출’ 시대 저문다…대출 리모델링 준비해야

등록 2021-11-01 04:59수정 2021-11-01 09:28

은행 대출 시 적합성·적절성 원칙 안 지키면 과태료
분할상환 확대로 ‘이자만 내는’ 관행 변화 예상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쉽게 대출받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내년부터 개인의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확대 시행된다. 은행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그동안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았던 소비자들은 본격적인 대출 구조조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은행 대출심사 깐깐해진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는 디에스아르 규제 조기시행 외에도 은행이 불필요한 대출을 내주지 않도록 스스로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은행이 가계대출을 할 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서 규정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재산상황이나 거래목적, 성향 등을 따져 적합(적정)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규율이다. 금융회사가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상품을 가입하도록 권유하거나 무분별하게 상품을 팔아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시행된 금소법에 따라 현재도 가계대출에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막자는 목적이지만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문턱이 올라갔다고 여길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소법의 핵심 부분을 대출 규제에 처음 꺼내든 것인데 정부 스스로 절실함이 없으면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들이 준수하도록 금융당국이 얼마나 잘 계도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요국들은 은행에 과잉대출을 막기 위한 책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31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낸 ‘주요국 과잉대출 규제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국·유럽연합 국가들은 대출 규모나 기간이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금융회사가 이 원칙을 위배하면 배상명령이나 계약조건 변경, 차압 금지 등 조처를 하도록 징계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금소법의 적합성·적절성 원칙과 대부업법의 과잉대부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징벌조항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금융회사가 자기 판단과 책임 하에 상환능력 중심의 보수적 대출 관행을 정착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분할상환 확대·금리인상에 대비해야

대출이 한층 깐깐해진만큼 변화한 규제를 살펴 대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만기를 길게 잡으면 대출 한도가 는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살펴 대출 한도를 정하기로 한만큼 만기가 길수록 연간 상환액이 줄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은 대출자가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면 신용대출을 정리하는 게 좀더 유리하다. 신용대출은 만기가 5년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30년이 적용돼서다.

신용대출을 받을 땐 분할 상환형을 고려해봄직 하다. 정부는 분할 상환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자만 내는 신용대출보다 만기를 2년 더 인정해주기로 했다. 만기를 늘려 디에스아르를 계산하니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처음부터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은 있다.

시중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 변동금리형보다 고정금리형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은행 자산관리 담당자들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0.5%포인트 미만이면 고정금리로 갈아탈 만 하다고 본다. 물론 금리 상승세가 한 풀 꺾이게 되면 변동금리형이 좀더 유리하다.

불필요한 2금융권 대출이 있다면 우선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대출 규제 와중에서도 중금리 대출은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갖고 있다면 인터넷은행이나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로 갈아타는 게 낫다.

소득이 적다면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먼저 이용해야 한다. 재산이 늘었거나 연봉이 오른 대출자라면 금리인하 요구권 행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존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 제 때 통신료나 연금을 내고 있다면 나이스평가정보 등 신용평가사 누리집에 관련 정보를 등록해도 신용점수가 오를 수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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