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분할상환을 늘리기 위해 금리나 한도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중은행 대출 상품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이자만 내는 관행에 익숙해있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떤 상환방식이 유리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3일 <한겨레>가 한 시중은행의 도움을 받아 전세자금대출 상환방식에 따른 이자부담을 계산해보니,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2억원을 대출(만기 2년, 금리 연 3.5% 가정)하면 총 이자부담액은 1400만원, 월 이자납입액은 58만3333원이었다.
대출원금의 5%(1000만원)를 분할상환하면 이자와 함께 매달 원금 41만6666원을 갚아야 한다. 대신 다달이 대출잔액이 줄어들면서 이자 납입액도 감소해, 2년간 총 부담할 이자는 1366만4572원이 된다. 일시상환보다 33만5428원 적게 내는 것이다.
현재 일부 은행에서는 원금 5%를 분할상환하는 상품도 판매하고 있지만 일시상환에 비해 이자 절감 수준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금리인하 등 추가 혜택을 검토 중이다.
만약 일시상환보다 0.2%포인트 금리를 내린다면, 같은 조건에서 2년간 총 이자액은 1288만3740원으로 줄어든다. 일시상환보다 111만6260원 적게 낼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세자금대출 원리금상환액은 연말정산에서 상환금액의 40%(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상환부담을 조금 더 지고 이자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지, 총 이자는 더 내더라도 당장 상환부담을 줄일지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신용대출은 내년부터 분할상환할 경우 만기를 최대 10년까지 늘릴 수 있다. 연소득 8천만원인 사람이 신용대출 6천만원(금리 3.5% 가정)을 받을 경우, 5년 만기를 적용하는 일시상환은 매달 이자 17만5천원을 내면 된다. 분할상환을 선택해 만기 10년을 적용하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은 59만3315원이 된다. 당장 월 부담액이 42만원가량 늘어난다.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한다면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받으므로, 한도를 늘리려면 신용대출을 분할상환으로 받는 게 유리하다. 전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한데, 만기가 길어지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 여력이 생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준다면 상환여력이 있는 고객들이 원금을 갚도록 하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라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면 은행권 논의를 통해 금리나 한도 혜택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