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감독은 소극적, 업계 지원은 적극적…금융감독원장 맞나?

등록 2021-11-09 16:34수정 2021-11-10 02:36

정은보 원장 금융회사 수장들 만나며 검사·감독 완화 뜻 밝혀
“소비자 보호해야 할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구하기 나서” 비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은보 금감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금융감독원 제공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은보 금감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금융감독원 제공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회사 수장들을 잇따라 만나 금융감독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 원장은 금융감독 업무는 법 테두리 안에서 절제해 수행하겠다고 하고, 금융회사 지원에는 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금감원 본연의 감독 업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원장은 9일 시중은행장과 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금융감독을 집행할 때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다”며 “감독당국의 재량적 판단과 결정이 법과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임 금감원장 시절 사모펀드 부실사태 등으로 금융회사에 내린 각종 징계처분이 과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은행장들은 금감원장이 제시한 검사·감독 방향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 원장은 지난 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존의 검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검사·감독 수위를 낮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감원의 검사 업무를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종합검사·부문검사로 구분되는 검사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해, 이를 두고 종합검사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금감원은 검사·제재 방식 개선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중인데, 종합검사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이달 진행하려고 했던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규모가 큰 검사로 업계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제도다. 그동안 금감원 수장이 바뀔 때마다 종합검사는 폐지·부활을 반복했다. 2013년 최수현 원장은 ‘진돗개식 끝장검사’라는 말로 감독 강화 기조를 유지했다. 2014년 임명된 진웅섭 원장은 금융회사 경영 자율성을 강조하며 종합검사를 폐지했다. 2018년 취임한 윤석헌 원장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다시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올해 취임한 정 원장이 시장 친화적 기조로 전환하면서 종합검사는 폐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원장 교체 때마다 감독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온 만큼 이번에도 그런 흐름에서 ‘완화’ 주기에 들어섰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금융회사 검사·감독은 소비자 권리 관점에서 수행해야 하므로 금융회사에 부담을 주는 건 불가피한데,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편의를 위해 검사를 완화하는 건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정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감원이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판을 받는다. 정 원장은 “은행법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고객 동의를 전제로 영업을 위한 그룹 내 고객정보 공유에 제한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참여연대 등 5개 단체가 모인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어 “금감원의 수장이 금융감독 기조에서 후퇴하고 ‘금융회사 구하기’에 나서고 있어 자질이 의심된다”며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감원 본연의 업무에 맞게 처신하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글로벌 3대 신평사 “한국 정치 불확실성 길어지면 부정적 영향” 1.

글로벌 3대 신평사 “한국 정치 불확실성 길어지면 부정적 영향”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2.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사망보험금도 생전에 받아 쓴다…이르면 하반기부터 3.

사망보험금도 생전에 받아 쓴다…이르면 하반기부터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4.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BTS 촬영지 무궁화호 타고 떠나자…경기 북부 교외선 재개통 5.

BTS 촬영지 무궁화호 타고 떠나자…경기 북부 교외선 재개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