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이 40만명에 이르고, 지난해 이들의 금융자산이 역대 최고로 증가했다. 이들은 대체로 주식·펀드로 자산을 불렸고, 향후 금융자산 투자금액은 전반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부자들의 70%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14일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39만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0.76%에 해당했다. 2019년보다 비중이 0.07%포인트 확대됐다.
부자 수는 2019년보다 10.9% 늘었고, 증가율은 2017년(14.4%)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연구소는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으로 주가지수가 크게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618조원이다. 2019년 대비 21.6% 증가해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30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은 7800명이고, 이들의 보유자산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28% 수준인 1204조원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400명에게 자산운용 방식을 물었더니 올해 금융자산 투자금액을 늘렸다는 이들은 17.5%로 전년 대비 6%포인트 늘었다. 투자금액을 줄였다는 응답자(2.5%)는 전년보다 6.3%포인트 줄었다.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투자금액을 늘렸다는 응답은 지난해 28.3%에서 올해 40%로 늘었다. 주식 투자금액을 줄였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3.5%에서 7.3%로 줄었다. 펀드 역시 투자금액을 늘렸다는 응답이 지난해 11.8%에서 올해 14.3%로 소폭 늘었다. 연구소는 “부자들이 주식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향후 전반적으로 금융자산 투자금액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예·적금, 펀드, 채권, 투자·저축성 보험, 리츠·상장지수펀드는 모두 응답자의 80~95%가 “투자금액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주식은 투자금액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58.8%였고, 31%가 “투자금액을 늘리겠다”고 답해, 다른 자산보다 상대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응답이 많았다.
장기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부자의 60.5%는 ‘주식’을 선택했다. 다른 자산인 펀드(19%), 금·보석(15%), 투자·저축성 보험(12.3%), 채권(5.5%)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가 “가상자산 투자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6.8%였고, “투자 의향이 있다”는 답은 3.3%에 그쳤다.
가상자산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투자손실 위험이 커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 요인으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부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어서”(42.3%)를 꼽았고, 금융자산 30억원 미만 부자는 “가상자산을 잘 몰라서”(33.5%)라고 답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들 가운데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8.8%로 나타났다. 자산가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총자산이 10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많았다. 연소득은 3억원 이상 돼야 한다는 이들이 34.5%로 가장 많았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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