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4일 3000선을 다시 회복하며 지난해말보다 4.8% 상승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폐장을 나흘 앞둔 올해 국내 주식시장 성적표가 세계 주요 증시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들어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우려로 신흥국 증시가 약세를 띤데다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코스피는 3012.43으로 지난해말보다 4.8%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올해 세계주가 상승률 평균 15%에 크게 못미친다. 다만 신흥국 지수는 6% 넘게 하락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4.9%), 중국(4.2%)과 엇비슷한 성적을 냈지만 대만(21.9%), 인도(19.6%)에 견주면 부진했다. 주요 20개국(G20) 증시로 압축하면 코스피는 18위로 바닥권이다. 미국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5.8%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20% 안팎 상승했다. 유럽 증시(19.8%)도 프랑스가 27.7% 상승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14.7% 올라 주요 20개 증시 중 6위에 올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코로나19 변이도 확산하면서 하락세로 기울었다. 내부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인한 수급 악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우려까지 겹치며 상승률을 까먹었다.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0.6% 하락하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8%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미국의 시총 1, 2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32.9%, 50.5%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지수 상승분의 3분의 1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테슬라 등 5개 종목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급하게 오른 기저효과도 올해 부담으로 돌아왔다. 코스피는 지난 한해 30.8% 올라 20개국 증시 대표지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 4% 오른 코스닥지수의 지난해 상승률은 44.6%로 나스닥(43.6%)을 제쳤다.
올해 자산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37.6% 상승해 주식을 앞질렀다. 특히 원유(WTI)와 천연가스가 각각 52%, 46.8% 급등해 물가상승을 촉발했다.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구리도 24.1% 올랐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값은 4.3% 하락해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의 대체재로 떠오른 암호화폐(가상자산) 가격은 올해도 높은 변동성 속에 급등했다.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개당 5만달러(5933만원) 안팎으로 73% 상승했다. 국내 업비트 시세(6077만원)로는 90% 올랐다. 안전통화인 달러는 미 국채금리 상승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달러인덱스)는 올해 6.8% 상승했다.
내년 증시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많다. 통화 부양책 없이 코로나19와 공존하기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시속 100마일로 양 방향에서 강풍이 부는 가운데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상황”에 비유했다. 반면 중앙은행이 부양책을 거둬들여도 세계적으로 저축한 현금이 넘쳐나 저금리가 지속되며 자산가격이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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