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가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내년에 크게 올라 갱신 주기를 맞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보험업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논의하는 공사보험협의체 회의가 이번주 중 열릴 예정이다. 보험료 인상률은 금융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하면 업계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보험료는 업계 자율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산출해야 한다’는 보험업법의 규정에 따라 매년 금융당국과 업계가 보험료 인상률을 협의해왔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인상률을 평균 20%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이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7~2020년) 실손보험의 위험보험료는 연평균 13.4% 증가했고, 보험금 지급액은 연평균 16% 올라 보험사는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위험보험료는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금 지급에 쓰이는 몫이다. 보험연구원은 이 상태가 지속할 경우 2031년 실손보험 누적 적자는 100조원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실손보험료는 보통 3~5년마다 갱신한다. 이 때 3~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된다. 연평균 보험료 증가율과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까지 고려하면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한꺼번에 50% 이상 오른 보험료 납부 고지서를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일수록 인상률이 100% 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1999년 처음 판매된 이후 일부 가입자들이 과도하게 병원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받아가는 행태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보험료가 전가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7월부터는 병원 이용이 잦을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구조의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다. 1~3세대 가입자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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