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규모를 두 배 늘리고 특사경에 인지수사도 허용한다. 주식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법행위도 증가한 데 따른 조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자 자본시장특사경 역할이 커진 측면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자본시장특사경 규모를 현행 16명에서 31명으로 확대하고 직무범위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전반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확대 이유에 관해 “일반투자자의 증시참여가 늘고 제약·바이오 등 기술기업의 거래소 상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2019년 7월 출범했다. 금융위 소속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10명, 서울남부지검에 6명이 근무하고 있다.
개편방안을 보면, 금융위 공무원 4명과 금감원 직원 11명이 추가로 자본시장특사경으로 지명된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는 7명(금융위 3명, 금감원 4명)이, 금감원에는 직원 5명이 특사경으로 추가 발령받아 총 22명이 업무를 수행한다.
남부지검에도 3명(금융위 1명, 금감원 2명)이 추가 파견돼 총 9명이 수사를 담당한다. 금융조사부에 3명, 지난해 폐지됐다가 올해 9월 부활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에 6명이 배치된다. 특사경 지명은 금융위·금감원·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자본시장특사경은 현재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이첩하는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사건을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하고 있다.
업무범위도 확대된다. 패스트트랙 외에 증선위 의결로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할 수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일하는 특사경 7명은 자체 내사 뒤 증선위원장에게 보고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 범죄는 혐의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인지수사를 신중히 행사하기 위해 금융위 특사경으로 권한을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자본시장범죄 수사 기능이 축소된 것도 자본시장특사경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올해부터 검찰은 경제범죄 가운데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는 ‘중요사건’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중요사건은 ‘시장경제질서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 등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사건으로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을 말한다. 일반적인 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 같은 불공정거래 사건은 경찰과 특사경이 맡게 되면서 특사경의 역할이 커졌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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