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추가경정예산 추진까지 겹치면서 ‘3중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7일 연 2.148%로 2018년 6월(연 2.148%)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같은 날 국고채 10년물 또한 연 2.568%로 거래가 끝나면서 2021년 10월(연 2.575%)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은 단기 조정을 받으면서 이날 연 2.073%, 연 2.537% 등으로 각각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부진 우려가 반영되면서 2020년 중반 크게 하락한 후 다시 천천히 오르는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으로 변화 폭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4일 한국은행 1월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시장 예측보다 강하면서 3년물 국고채가 하루만에 10bp(1bp=0.01%포인트)나 급등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정책금리 인상 및 양적긴축 시작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면서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1.879%까지 급등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지표가 되는 까닭에 국내 국고채 시장에도 곧바로 영향을 끼친다.
추경도 부담을 얹는 상황이다. 재원 조달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수요 대비 국고채 발행량이 많아지고, 이것은 채권 가격 하락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과거 장단기(국고채 3년물·국고채 10년물) 금리 차이의 추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기대를 제외한 물량 부담을 분석할 경우 적자국채 1조원 증가시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약 0.01%포인트 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14조원 추경 편성시 대부분 재원을 적자국채로 조달할 예정이다. 윤 연구원 분석으로 계산하면 국고채 장기물 금리에 약 0.1%포인트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고채 시장은 1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 금리에 선반영하는 식으로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추경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추경은 연내 국고채 시장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고채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은 쉽지 않다. 한미 통화정책과 추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탓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 시각 변화와 1월 한은 금통위의 매파적(긴축 선호)인 스탠스가 시장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1.75%까지의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고려한다면 국고채 3년물은 2.3%부근, 국고채 10년물은 2.7~2.8%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