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 넘게 떨어진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발 긴축 공포에 코스피 추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2900선, 2800선이 연달아 붕괴된 후 2700선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죄기 우려에 휘청이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충격은 유독 큰 상황이다.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6%(71.61) 급락한 2720.39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8일(2700.93) 이후 최저치다. 일간 낙폭은 지난해 2월26일(2.80%)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날 2800선이 붕괴된 코스피는 오후 한때 2703.99까지 떨어져 27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달 초부터 2900선, 2800선이 연달아 무너지며 올해 첫 거래일 대비 9%나 하락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84%(25.96) 내린 889.44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30일(886.1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금융위가 만든 시스템에 따라 판단을 해보면 (주식시장 모니터링 단계가) 어제(24일)부로 주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모니터링을 좀 더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다. 연준은 25~2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는데, 첫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시작 시기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회의를 앞두고 뉴욕증시도 매우 불안정한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 모두 급락하다가 막판 반등해 상승 마감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의 경우 장중 5% 가까이 폭락하다가 0.63%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긴축 리스크에 더해 전 세계 금융시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따른 전쟁 위기감에도 흔들리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가 결국 반등에 성공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훨씬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4713억원, 1713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이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사 연준의 1월 정례회의 이후 불확실성 해소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더라도 추세적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하인환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1월 회의와 대형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급 문제는 1월 말~2월 초 해소될 것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도 조만간 우려의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해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3월 이후에나 의미있는 상승세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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