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7%(48.85) 오른 2663.34로 종료했다. 연합뉴스.
설 연휴로 국내증시가 휴장한 동안 미국 등 세계 주요증시는 반등을 이어갔다.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예고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지속되면서 시장은 뉴스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2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68% 올라 나흘연속 상승했다. 앞서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이번주 들어 4.18%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반등에 성공했다. 1일(현지시각) 엎치락뒤치락하던 미국 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상승세로 내달았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이틀간 1.9%대 반등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한국지수 흐름을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이틀간 3.38% 상승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 원화 환율도 소폭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지난달 국내외 증시에서 10조원 넘는 주식을 쓸어담은 개인투자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개인의 국내주식 순매수액은 7조2035억원으로 반년 만에 최대다. 하지만 코스피는 지난달 10.56% 떨어졌고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21.4% 급락했다. 평균 매수단가와 견준 수익률은 -11.5%로 나타났다. 개인은 해외증시에서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24억8572만달러(2조9965억원)에 이른다. 가장 많이 사들인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11.8% 하락했다.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지수의 3배로 움직이는 초고위험 상장지수증권이 4개나 포함됐다.
세계 증시가 반등흐름을 보이자 “이번 하락이 강세장의 종말이 아닌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며 기업실적이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다시 흘러나온다. 도이치뱅크가 소개한 강세론을 보면, 고강도 통화긴축 추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실질금리는 여전히 낮아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 인플레이션이 강력하지만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을 고려하면 이익률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물가는 잡지 못한 채 경기만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수요가 아닌 공급제한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물가 지속을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도 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긴축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2년9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월가는 금리 충격이 성장 충격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제이피모건은 “오미크론 변이로 경제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으로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1% 아래로 곤두박질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국내 증시도 단기 반등이 예상되지만 연준의 긴축 강도와 속도,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놔야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2800선 회복을 시도하다 2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의 바닥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뿐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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