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처럼 쏟아지던 기업들의 물적분할이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대선후보들의 규제 움직임에 ‘일단 멈춤’ 신호를 보냈다.
9일 씨제이이엔엠(CJ ENM)은 물적분할 추진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씨제이이엔엠은 이날 공시를 통해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규제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씨제이이엔앰 주가는 이날 23개월만에 최대폭인 9.52% 급등한 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씨제이이엔엠은 지난해 11월19일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사업의 제작 기능을 떼내, 스튜디오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성장 동력인 이들 사업부가 분사하면 회사에는 커머스와 미디어 부문만 남는다. 당시 주가는 8거래일 동안 22.6% 하락했다. 씨제이이엔앰은 2016년 5월에도 드라마 사업본부를 떼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바 있다.
반면 전날 장 마감 뒤 물적분할을 추진한다고 공시한 엘에스(LS)일렉트릭의 주가는 10.21% 급락했다. 엘에스일렉트릭은 전기차 릴레이 사업 부문을 떼내 엘에스 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을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할해 상장시킨 모회사 에스케이케미칼은 소액주주들의 역공을 받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이날 에스케이케미칼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냈다고 밝혔다. 안다운용은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 분할과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회사에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해 가처분 신청을 서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다운용은 자사가 운용 중인 펀드와 동참 의사를 표시한 개인 주주들의 지분을 합하면 1.55%의 의결권을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소액주주들은 피해 보고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물적분할 회사의 상장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분할 자회사의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배정이나 신주인수권을 주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보완적 접근과는 결이 다른 근본적인 처방으로 평가된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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