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크게 오르고, 10년물 국채금리가 2%를 돌파한 영향으로 하락했다. 뉴욕/AP 연합뉴스
40년 만에 가장 뜨거운 미국 물가에 깜짝 놀란 국내외 금리가 동반 급등하며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렸다.
11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3년물 금리는 2.343%로 마감해 2014년 9월23일(2.350%) 이후 약 7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도 2.747%를 기록해 3년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 할인율을 높여 증시에는 대개 악재로 작용한다. 이날 코스피는 0.87%(24.22) 하락한 2747.7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377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하락폭이 커지진 않았다. 코스닥지수는 2.04%(18.26)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2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198.5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미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7.5% 급등했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자동차, 전기, 식료품, 집값 등에 걸쳐 전방위적인 물가압박이 이어지며 전월 대비로도 0.6%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6.0% 올라 1982년 8월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2.03%)는 2년 7개월만에 2%대를 돌파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폭등해 1.58%까지 튀어올랐다.
급락 출발했던 미 증시는 한때 낙폭을 전부 만회하고 반등하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가 찬물을 끼얹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터뷰에서 “7월 전까지 (기준금리) 1.0%를 확실히 보고 싶다”고 말하자 나스닥 지수가 2.1% 급락하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죌 것이라는 공포가 커진 탓이다. 현재 미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90%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올해 남은 7번의 회의에서 매번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 시엔비시(CNBC) 방송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기 전까지 연준의 과도한 긴축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물가 급등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막대한 정부 부양책의 도움으로 가계의 구매가 크게 늘자 공장과 글로벌 공급망이 압박을 받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생산 확대 노력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보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과 금융불균형 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상반기에 다양한 물가 제어 대응 방향을 협의하고 특히 근원물가 상승 억제와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 등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공품, 외식가격 상승으로 전이되는 상황을 억제해 물가가 안정되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국채시장 금리 안정을 위해 한은이 지난 7일 2조원 규모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를 했고, 향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추경을 위한 11조3천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최대한 균등 발행할 계획이다. 한은도 국채금리 안정을 위해 국고채 추가 단순매입,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월별 발행물량 조절 등을 적기에 추진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금리, 환율, 자본 유출입 등의 변동성 확대와 자산시장 조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자영업자 등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측 가능한 리스크임에도 적절한 대응을 못해 불거지는 ‘화이트 스완(하얀 백조)’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대비·관리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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