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이 ‘실적 충격’(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국내 기업들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지난 17일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분석대상인 193곳 중 영업실적이 전망치에 10% 이상 미달한 기업이 52.3%(101곳)에 이르렀다. 반면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낸 기업은 16.6%(32곳)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와 물류 비용이 상승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업체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원재료와 물류비 증가가 겹치며 4분기 영업이익(757억원)이 전망치(1810억원)의 41.8%에 머물렀다. 삼성중공업은 후판 등 자재 단가 상승에 따른 원가 선반영으로 전망치의 2.8배인 25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 일회성 비용과 영업외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카카오는 특별상여금과 임직원 주식보상비용 등으로 영업이익(1085억원)이 전망치를 34% 밑돌았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상장사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 236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1개월 사이 1.4%가량 낮춰졌다. 50개 업종 중 조선(-42.3%), 게임 소프트웨어(-19.3%), 에너지 시설·서비스(-18.6%) 등 33개 업종의 전망치가 하향조정됐다. 매출 증가보다 원가의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영업이익률도 업종 전반에 걸쳐 하락하는 추세다. 다만 경제활동 재개로 수혜가 예상되는 항공운수(20.6%), 해상운수(17.4%)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높여잡았다. 반도체(15.2%)는 메모리 수급 개선으로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상향조정됐다.
결국 국제유가 등 물가관련 지표가 안정돼야 기업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1분기말 이후 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발 유가 급등 사태로 1분기는 물론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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