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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대출 연체율 역대 최저지만…부실 위험 줄지 않았다

등록 2022-02-24 14:59수정 2022-02-25 02:34

3월 종료 만기연장·상환유예 한 차례 더 연장
금융당국 은행에 “경기둔화 반영해 충당금 더 적립” 요구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은행대출 연체율이 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계속되는 연체율 하락에도 금융권이나 금융당국에서는 부실 위험이 줄었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거듭하면서 부실채권이 통계에 잡히지 않고 숨어있기 때문이다. 3월 말 종료 예정이던 만기연장·상환유예가 한차례 더 연장되는 방향으로 정리되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에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더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21%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말(0.36%)보다 0.15%포인트나 하락했다. 종전 최저 수준이던 지난해 9월(0.24%)보다 더 낮아졌다. 기업대출 연체율(0.26%)은 전월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가계대출 연체율(0.16%)도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모두 떨어지며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연체율 하락은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이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 상황이더라도 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원리금 상환도 미뤄주면서 이들의 대출금은 연체채권이 아닌 정상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가 끝날 때 정상채권 가운데 원리금 상환을 못해 부실채권으로 넘어가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금융권이나 당국에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자상환부터 재개해 부실채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금융당국은 3월말 종료 예정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국회가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하면서 정부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장을 늘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표상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잠재해있는 부실 위험에 대비하도록 은행권에 대손충당금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은행들은 회계기준에 따라 대출 예상손실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충당금을 쌓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예상손실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모델을 점검해 충당금을 합리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때 경기 위축이나 자산가격 하락 가능성 등 위험요인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반영하는 경우 예상손실이 낮아지므로 이런 은행에는 신용평가모델에 위험요인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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