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원-달러 환율은 3.8원 오른 1206.1원에 장을 마쳤다.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제재로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원화의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8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206.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일 기록한 연중 고점(1206.4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3076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지난달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무역수지가 석달 만에 흑자로 전환한 점은 원화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세계 수요와 공급망에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 전망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국 달러는 강세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안전통화인 일본 엔화도 달러에는 약세를 보였다. 앞서 달러 가치는 1년8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현지시각) 주요 6개통화와 견준 달러화가치는 97.4로 2020년 6월29일(97.5) 이래 가장 높았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미국 국채가격도 급등(금리 급락)했다. 지난달 2%를 넘어섰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73%로 떨어졌다. 국제 금값도 2.26%(43달러) 급등한 트로이온스당 1942.4달러로 1년2개월 내 최고치로 올라섰다.
반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럽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로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사상 최악 수준인 러시아의 루블화는 다시 약세 흐름을 보였다. 러시아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시디에스 ( CDS ) 가산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 < 블룸버그>는 “러시아 국채 시디에스에 반영된 부도 확률은 56% 정도”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과 자본통제 등 긴급 방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공황심리를 막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국제금융결제망(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할 경우 세계 은행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시장에 달러를 풀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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