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43.56) 오른 2747.08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5원 내린 1204.6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세계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함에 따라 한국 증시에 4조원의 글로벌 펀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기대감 등으로 3일 코스피는 1.61%(43.56) 오른 2747.08로 마감했다.
엠에스시아이는 이날 러시아를 신흥국시장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제외된 신흥국 지수는 오는 9일 장마감 이후 적용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을 보면, 신흥지수를 투자성과 기준(벤치마크)으로 삼는 펀드 자금(1조8천억달러) 가운데 러시아 비중은 지난 1일 기준 1.5%다. 이 지수에서 러시아가 빠지면 해당 펀드는 러시아 주식을 팔고 비중이 늘어나는 중국, 인도, 한국 등의 주식을 사야한다. 한국 비중은 0.2%포인트(12.2%→12.4%)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수구성을 그대로 따르는 인덱스펀드(패시브)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 규모는 약 8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시장 초과수익을 목표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수요(3조2천억원)를 감안하면 최대 4조원의 자금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변경된 신흥국 지수 비중이 적용되는 9일은 대통령선거 투표일로 국내 증시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은 8일까지 점진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1334억원)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수혜는 대형주와 에너지 업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국내 종목은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등 대형주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주가는 모두 상승했다. 또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에너지·소재 업종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러시아가 외국인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고 모스크바 증권거래소가 3거래일째 문을 닫은 상태라는 점은 변수다. 펀드자금이 묶여 국내 유입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운용사들은 러시아나 인도처럼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의 주식은 보통 스와프(맞교환) 등을 활용한다. 선물 등 파생시장을 이용해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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