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명동거리의 한 사무실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지난해 크게 늘어난 부동산 투자 목적의 대출이 부실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에서 먼저 부실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80조7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업(매매·임대업 등) 대출이 332조7천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1%를 차지했다. 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2017년 19.1%에서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2019년 21.2%까지 확대됐다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20.7%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상업용 부동산 투자 중심으로 대출이 활발해지며 비중이 21%로 늘었다.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상대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많이 이뤄져 시설자금대출이 늘어났고, 대출규제 영향으로 주택부문 업황이 좋지 않아 주택부문의 운전자금 대출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중소·자영업자 지원방안으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2년간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코로나19 상황보다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업 대출잔액은 84조6천억원(지난해 말)으로 전체 대출액의 5.4%에 불과하다.
부동산시장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둔화 조짐이 눈에 띈다. 법원경매정보를 보면 서울중앙지법의 상가·오피스텔·근린시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지난해 6월 91.7%에서 지난해 12월 74.4%로 떨어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낸 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 침체 시 부실화 위험이 큰 분야는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포함한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이 될 것”이라며 “수익형 부동산 담보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고 원리금 상환비율이 낮아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출 회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신용평가를 강화하고 담보가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부실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출을 내어줬다가 올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금리를 올리거나 일부 회수를 하는 등 조정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은 가계대출보다 담보 부실 위험이 높은 측면이 있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대출을 취급한다”며 “다만 급격한 금리상승이나 경기 하강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고위험 대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하고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도록 지도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기업대출 부실 확대에 대비해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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