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원달러 환율이 1년 9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한 1227.1원에 마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일쇼크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우려 등으로 원화 환율이 1230원대에 육박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9원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1227.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20년 5월29일(1238.5원) 이후 1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228원까지 치솟았다. 원화 약세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1조1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여파로 코스피는 2.29%(62.12) 떨어진 2651.31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2조1천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급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대만 지수가 3.15% 급락하고 일본 니케이지수도 2.94% 떨어지는 등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각) 브렌트유는 한때 18% 급등해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0.5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둘다 역대 최고인 2008년 7월(147달러) 이후 13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세계 공급량의 7%에 달하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다. 한국시각 오후 5시 현재 국제유가는 120달러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유로화 가치도 급락했다. 1유로당 달러 환율은 1년 9개월만에 1.1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천연가스와 원유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자산 수요로 달러화 가치는 6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도 급등해 한때 트로이온스당 2천달러를 돌파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원유 수급 우려가 깊어지면서 국제유가 전망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러시아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골드만삭스는 3개월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일쇼크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제이피모건은 유가가 150달러로 오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3% 가량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은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금융시장 불안요인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국채를 외화가 아닌 루블화로 갚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국채가 이제 휴지조각이 돼버려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전했다.
원유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높고 무역수지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 씨티는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은 0.17%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0.24%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화 환율은 1250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영진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제재의 경제적 여파가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방을 1250원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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