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금융시장의 충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8일 코스피는 1.09%(28.91) 하락한 2622.4로 마감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3305.21)보다 20.7%(682.81) 떨어졌다. 통상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면 약세장에 들어선 걸로 간주하는데 코스피는 이미 지난 1월 약세장에 진입했다. 앞서 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하락폭이 20%를 넘어 역시 약세장에 들어섰다. 독일 증시도 1월 고점 대비 21% 떨어졌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원화 약세폭은 가팔라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9원 급등한 1237원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사흘간 32.4원이나 올랐다. 환율 급등→외국인 주식매도→주가 급락의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달러는 다시 피난처가 됐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인덱스는 99.29까지 치솟아 2020년 5월15일 이후 처음 100을 돌파할 기세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금지 제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국제유가는 2008년 이래 최고치로 급등했지만 시장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렌트유 5월물을 배럴당 200달러에 사려는 콜옵션이 7일 1200계약 이상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러시아 공급분의 상당량이 시장에서 사라질 시나리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러시아산 원자재마저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니켈 가격은 장중 90%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에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니켈 거래를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 수요의 약 10%를 공급해왔다. 유럽 천연가스와 팔라듐 가격도 한때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 ( 스프레드)는 3주전 0 .51%포인트에서 현재 0.22%포인트로 급격히 좁혀졌다. 단기채는 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는 반면, 장기채는 향후 경기 흐름을 반영한다.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 한국 등 신흥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국채 시디에스(CDS) 가산금리가 가리키는 디폴트 위험은 현재 80% 수준으로 치솟았다. 모건스탠리는 러시아 디폴트가 이르면 4월15일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날은 러시아 정부가 달러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다. 러시아 채권과 주식을 담은 글로벌 펀드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다른 신흥시장 자산을 매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교수는 미 시엔비시(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실제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면, 그 충격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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