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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융시장 폭풍전야…러시아 디폴트 임박 우려에 환율 1240원대도 뚫려

등록 2022-03-14 17:28수정 2022-03-15 02:33

미 연준 금리인상 앞두고 시장 위축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9%(15.63) 내린 2645.65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9%(15.63) 내린 2645.65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금융시장이 폭풍 전야에 섰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과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간표가 시장을 이중으로 짓누르고 있다.

14일 원화 환율은 달러당 1240원대마저 힘없이 뚫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3원 급등한 1242.3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 5월25일(1244.2원)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240원대에 올라선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조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판 영향이 컸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5거래일 연속 떨어진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가 5% 가까이 폭락하는 등 일본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디폴트 위험이 임박했다는 점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가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 1억1700만달러 지급일이 오는 16일 돌아온다. 러시아는 외환보유고 6400억달러 중 절반 가량인 3000억 달러가 자산동결 조처로 접근이 막혀있어, 이자를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신용평가기관인 에스앤피(S&P)의 경우 채권자 동의없이 다른 통화로 지급하면 디폴트로 간주한다. 다만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공식 디폴트는 4월15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유예가 적용되더라도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혜국대우 무역지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지난 11일 밝힌 바 있다. 수입관세를 높이는 등 교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러시아 경제에 또다른 치명타를 입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주요 연기금과 유럽 금융기관의 손실이 불가피한데다 이들이 러시아 자산을 급히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투자은행들은 자금시장 경색이 신흥국으로 옮겨붙으면서 충격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1998년 러시아의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로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위기에 몰렸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의 외화표시 채권 규모가 400억달러로 크지 않고, 향후 지급여력도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엔 정말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못해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디폴트 위기 국면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이 맞물린다는 점을 우려한다. 연준은 오는 15~16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올해 금리인상 횟수다.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에 비상이 걸린 연준은 올해 적어도 여섯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이른바 양적긴축(QT)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 등에 대해 어떠한 언급을 할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우크라니아 사태를 고려해 점진적인 통화긴축을 고수한다면, 나중에 긴축의 강도를 높여야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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