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재외공관 신속 해외송금제도’를 통해 국내에서 러시아 가족·지인에게 보낼 수 있는 송금액을 3천달러에서 8천달러까지 확대한다. 국내 기업이 러시아 업체와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한 임시 결제라인도 만든다.
정부는 18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러시아 제재에 따른 결제·송금 애로사항 대응방안 후속 조처를 결정했다.
재외공관 신속 해외송금 제도를 통해 한국에서 러시아로 송금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3천달러에서 8천달러로 확대한다. 러시아에 있는 가족·지인에게 보내려는 돈을 외교부 계좌로 입금하면 러시아 대사관에서 현지 통화로 대신 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의 해외송금 제한으로 러시아 진출기업 주재원이 현지에서 받은 월급을 국내 가족에게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은행권은 러시아 진출기업 주재원의 국내 가족에게 긴급 생계비 대출을 해주기로 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코트라(KOTRA)는 러시아 주재원 급여를 국내 본사가 해당 직원의 국내 계좌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각 기업에 안내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러시아 업체와 무역거래를 할 수 있도록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과 본점 간 임시 결제라인을 개설한다. 국제 중개은행들이 러시아 관련 거래를 회피하자 정부가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중개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본점에 러시아 하나은행, 러시아 우리은행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둔 상태다. 러시아 하나·우리은행은 국내 본점에 마련한 계좌에 일정금액을 미리 송금해두고 이를 무역대금 결제에 활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기업이 국내기업의 제품을 수입하고 대금 10만달러를 러시아 하나은행에 입금하면, 국내 하나은행 본점의 러시아 하나은행 계좌에 미리 보관된 돈에서 10만달러를 빼 국내 수출기업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내 수입기업이 러시아 업체로부터 수입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의 해외송금 제한에도 국내 본점과 러시아 하나은행과의 송금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방식의 대금거래는 러시아 제재 대상 기업·품목이 아닌 교역에만 한정된다. 무역 외 개인간 송금은 제외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실무 준비를 거쳐 이달 말 임시 결제라인이 가동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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