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돼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며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민간 연구소의 제언이 나왔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0일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변화 점검’ 보고서를 보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2년 23조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이후 빠르게 늘어나 지난해 말 180조원까지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은 2013년 5.6%에서 지난해 12.2%로 늘었다.
연구소는 “전세가격이 높아지면서 임차인의 부담이 늘어났지만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지원 확대로 임차인의 대출 부담이 완화됐고 이는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되면서 집값을 밀어올렸다고 지적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돼 3억6천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9억원 초과 15억 이하 주택은 담보인정비율이 20%에 불과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은 0%여서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서울보증보험에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구매자는 세입자가 대출로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끼고 차입투자를 할 수 있다. 연구소는 “고가주택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제한 효과를 상쇄해 매매수요가 지속되도록 일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떨어질 때 전세보증금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70~80% 수준이면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전세자금대출도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담보인정비율 규제는 완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중심의 대출 규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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