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후 4월까지 기준금리가 4차례에 걸쳐 모두 1%포인트 뛰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 등을 받은 대출들이 모두 ‘정상’ 여신으로 취급 중인 터라 해당 조처가 종료될 경우 자칫 부실 여신 급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향후 나타날 부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충당금을 넉넉히 쌓는 한편,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1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6조4천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 (약 909조2천억원)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70.2%)을 고려해 산출한 결과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가 받은 가계 대출과 사업자 대출을 가리킨다. 자영업자 대출 중 다중 채무자 비율이 금액 기준으로는 69.3%, 차주 기준으로는 56.5%에 이르는 터라 여신 부실의 뇌관으로 꼽혀왔다.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가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 확대로 이어진다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한은의 기준금리 첫 인상 전인 지난해 7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85%이나 지난 2월 현재 연 3.59%로, 7개월 새 0.74%포인트 뛰었다. 자영업자 일부가 받은 가계대출 금리의 인상폭은 같은 기간 0.95%포인트, 신용대출로 좁혀보면 그 인상폭은 1.47%포인트에 이른다. 해당 기간 기준금리 인상폭(0.75%포인트)에 견주면 대출 종류에 따라 인상폭이 엇비슷하거나 크게 웃도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주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다르겠지만 이른바 한계차주나 한계기업은 (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능력에 영향을 받으면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 대출 부실 우려는 시중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서만 제기되는 건 아니다. 오는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 종료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으로 금융권에선 본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자영업자 금융 지원 방안으로 도입된 이 조처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해당 여신을 모두 아무 문제 없는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는 터라 부실 규모가 정확히 추산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속한 대출 규모는 1월 말 현재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에 이른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만간 금융지원정책이 종료되고 대출상환이 시작되면 그간 수면 아래 있었던 부실채권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발생 가능한 최대 규모의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낸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국가 방역정책의 준수로 불가피하게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감내가능한 범위에서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배드뱅크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고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재정 지원과 여기에 기반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