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동원산업, 지주사 합병비율 왜곡”…경영권 승계 포석 불공정 논란

등록 2022-04-19 20:15수정 2022-04-19 20:42

지배주주 99.6% 엔터프라이즈를
자산가치보다 낮은 시가로 합병
동원산업과 일반주주 이익 해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연상돼”
그룹 “시가로 정해도 문제 없어”
동원산업 누리집 갈무리
동원산업 누리집 갈무리
동원그룹 계열사 합병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대주주 일가의 승계목적으로 합병비율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는 합병신고서를 지난 7일 제출했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을 포함해 동원에프앤비(F&B), 동원시스템즈 등 상장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동원그룹의 김남정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99.6%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경우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원산업의 기준시가는 주당 24만8961원으로 자산가치(38만2140원)의 65.2%에 그쳤다. 그런데도 동원산업 경영진은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결정했다. 동원산업과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삼지 않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19만1130원)은 자산가치와 미래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해 산정했다.

전문가들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산업에 불리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배주주는 최대주주인 김남정 부회장(68.3%)과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24.5%)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의 최대주주(62.7%)다. 경제개혁연대는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할 경우 합병비율(1대 0.7677106→1대 0.5321952)이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불리해지면서, 김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게 될 합병 후 동원산업의 지분율도 71%에서 63%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인 미국의 참치 가공업체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합병가액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를 재무제표상에 2008년 인수 당시 장부가로 기재했는데, 이를 지금의 공정가치로 재평가한다면 자산가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안진회계법인의 합병가액 평가의견서를 확인해보니, 스타키스트의 장부가액은 1648억원, 순자산가치는 6567억원으로 차이가 컸다.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들은 상대방과 논의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기업가치에 부합하게 나올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계열회사간 합병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룹 총수나 후계자의 이익을 위해 합병 내용이 일방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왜곡돼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충돌이 일어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에스케이씨앤씨(SKC&C)와 에스케이 등 오너가 보유한 법인과 그룹의 핵심사업을 맡은 상장사간의 합병은 우리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후유증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은 합병가액으로 자산가치가 아닌 시가를 받아들인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본시장법은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들도 대부분 상장돼 사실상 시가가 반영됐으니, 동원산업도 같은 기준인 시가로 결정한 것일 뿐 유불리를 따지는 등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상·하위 10% 가계 소득 격차 첫 2억 넘겨…국민도 기업도 양극화 1.

상·하위 10% 가계 소득 격차 첫 2억 넘겨…국민도 기업도 양극화

매일 2740원, 매일 2025원…각양각색 ‘소액 적금’ 유행 2.

매일 2740원, 매일 2025원…각양각색 ‘소액 적금’ 유행

[단독]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땅 밑까지 콘크리트…의아했다” 3.

[단독]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땅 밑까지 콘크리트…의아했다”

참사 후속 조처…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116편 감편” 4.

참사 후속 조처…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116편 감편”

대출 연체 개인·자영업자 614만명…못 갚은 돈 50조 육박 5.

대출 연체 개인·자영업자 614만명…못 갚은 돈 50조 육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