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이 불공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20일 발표한 ‘동원산업 합병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번 합병비율은 동원산업과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침탈하고,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결정으로, 명백히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동원산업 주가가 저평가되고 상대회사 주가는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이번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문제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속기업 동원시스템즈 주가가 순자산이나 순이익에 견줘 현저하게 고평가됐다는 점을 꼽았다. 또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이번 합병이 겉으로는 상장사(동원산업)와 비상장사(동원엔터프라이즈) 사이의 합병이지만, 실제로는 상장사 간의 합병 시 (상대회사)주가가 저평가된 정도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제도의 불공정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포럼은 “상장사의 합병비율과 반대주주의 매수청구권 가격을 시가로 결정할 수 있게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며 “모자회사나 계열사 간 합병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된 이 조항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대한민국 증시가 오랫동안 저평가돼온 건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못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며 “동원산업 주주모임에서는 소송을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이와 관련해 21일 기자회견을 연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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