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날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104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으나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은행들이 러시아 디폴트로 손실을 볼 수 있는 금액은 17억달러(2조1816억원)로 다른 국가보다 작은 편으로 추정되며, 일부 거래는 전쟁 발발 이후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특정 국가·기업 관련 손실 가능한 금액)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7억달러가량이다. 프랑스(236억달러), 이탈리아(232억달러), 오스트리아(171억달러), 미국(147억달러) 등과 비교해서는 작은 규모다. 또한 국내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의 금융 거래를 많이 정리했다”며 “이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러시아 디폴트의 직접적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애초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 비중도 크지 않은 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러시아 교역 비중은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해당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원금 및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내외 일부 은행들은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으로 대응책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신용부도스와프는 특정 채권 부도 때 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채권 매수자 대부분은 원금 보장이 되는 신용부도스와프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와 연관된 신용부도스와프 계약 규모는 25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번 채무불이행이 러시아는 상환 능력이 있으나 서방 제재에 따라 돈이 전달되지 못한 ‘기술적 디폴트’라는 점에서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러시아는 이미 서방 제재로 신용등급 강등, 국제거래 제외 등 디폴트에 준하는 경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적인 혼란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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