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장중 137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1370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속에서 원화 가치가 무역수지 적자와 중국 위안화 약세까지 겹쳐 빠르게 추락하는 모습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6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전 중 137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1일(1392.0원) 이후 1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4%(5.73) 내린 2403.68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경기 둔화 가능성도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일 노르드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달러 강세로 주요국 통화 가치는 줄줄이 하락 중이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 3월=100)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10.23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가 110을 넘어선 것은 2002년 6월19일(110.190) 이후 20년3개월 만이다.
최근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견줘 유독 크게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미국 ‘잭슨홀 미팅’이 있었던 지난 8월26일부터 9월2일까지 1주일간 2.3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는 0.7% 올랐는데, 이는 주요 6개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기간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0.13% 내려갔으며, 엔화와 위안화는 달러와 비교해 각각 1.89%, 0.40% 떨어졌다.
원화 가치는 무역수지 적자에 중국 위안화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크게 추락하고 있다. 무역적자 행진은 국내 달러자금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일 1달러당 중국 위안화 가격은 6.93위안을 기록했다.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급격히 상승해 지난달 말부터 6.9위안대로 올라선(위안화 가치 약세) 상태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위안화 약세에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또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한국 등 다른 신흥국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
원화 가치는 지난 6월부터는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미국 달러 초강세 요인이, 지난 8월 중순부터는 달러 초강세 외에도 한국 무역수지 연속 적자 소식과 위안화 약세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원화 가치 하락세가 8월16일부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월16일 이후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69.0원(+5.3%) 올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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