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광고.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에 가계대출 관련 경기대응완충자본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했으나 6년째 적립률이 0%다.
오이시디는 지난 19일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해 추가 자본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회원국에 권고한 규제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경기가 호황일 때 은행들에게 위험가중자산의 최대 2.5%까지 보통주 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규제한다.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난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 관련 대출을 줄이려는 유인이 발생하면서 간접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경우 은행들은 적립한 자본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실물 부문에도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했으나 적립률은 계속 ‘위험가중자산의 0%’로, 사실상 이 규제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총신용과 주택가격 등 기준 지표를 점검한 후 적립률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2016~2019년에는 기준 지표 중 일부가 적립이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2020년 이후에는 지표들이 모두 상승했으나 코로나19 위기로 조정이 보류됐다.
금융당국과 한은이 신중한 배경에는 경기와 대출 연관성이 다른 국가보다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특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경제 성장률보다는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질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2020년), 0%대(2009년), 2%대 초반(2019년) 등으로 부진할 때도 민간부채 상승률(전년 대비)은 4% 이상을 나타냈다.
이에 2018년부터는 대안으로, 경기와 대출을 함께 고려하기는 어려우니 일단 가계대출에 대해서만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용하자는 논의도 부상한 바 있다. 가계대출 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은행들에게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내 가계대출 경기대응완충자본 시범운용을 언급했지만, 최근 들어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경기 악화 가능성이 언급되자 규제 시행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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