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환율, 주가 같은 가격변수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5%까지 올릴지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5%까지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코스피가 2000을 깨고 내려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다. 주가가 2500 턱 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됐고,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도 4% 밑으로 떨어졌다. 이 모든 게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199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연이은 러시아 모라토리엄(지불유예)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세상이 시끄러워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었다. 경제 상황도 달러에 힘을 보탰는데, 당시 미국은 저물가-고성장으로 대표되는 ‘신경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해 9월 초에 엔-달러 환율이 147엔까지 올라가자 시장에서는 몇 달 뒤에 180엔이 될 거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런데 한 달 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9월 말이 되자 달러가 나흘 만에 140엔에서 110엔으로 급락했고, 그 영향으로 코스피가 300을 바닥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1998년 9월 말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7.3% 고점에서 1년 후 5.1%로 하락했다. 가격변수가 가지고 있는 ‘의외성’이 최대로 발휘된 것이다.
가격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쪽으로 한참 움직이다 보면 사람의 생각도 가격에 맞게 변한다.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더 내려갈 거라 믿고 해당 방향에 맞게 매매를 하는 이유다. 이번도 그랬다. 달러 강세가 2년 가까이 이어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강달러 계속을 예상하고 달러 매수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다 보니 달러를 더 사줄 사람이 없어졌고, 약간의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이 최저 1300원대 초반으로 밀렸고, 주가와 금리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이제 궁금한 건 가격 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다. 주식시장으로 한정해 보면 추가 상승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3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같은 기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 지금은 이익 감소가 시작되고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감소폭도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내년 한 해 내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상황에서 주가는 계속 올라갈 수 없다. 경제도 사정이 비슷하다. 주가 하락으로 경기 둔화의 영향이 주가에 상당 부분 흡수됐다지만 그게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주가 상승은 저점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게 맞다.
가득 차면 기울고, 모자라면 채워지는 게 세상 이치다. 최근 주가가 오르고 금리와 환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앞서 주가가 고점에서 1200 정도 떨어지면서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든 지점까지 오게 되자 이를 채우려는 시도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난 것뿐이다.
주식 칼럼니스트